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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보는 시각

이상훈 전문 기자
  • 입력 2020.08.0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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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차인이라면 전세를 선택할까, 혹은 월세를 선택할까

임대차 3법이 통과되는 동안 여야간에 공방이 된 찬성 및 반대발언이 연일 인터넷에 기사화되고 있다. 나도 임차인과 임대인의 입장에 둘다 서 보았으니 이에 대하여 한 마디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금 현상은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갭투자 등 투기세력때문이라고 한다. 갭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전세제도이므로, 정부와 여당에서 갭투자를 하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나는 경제학을 배울 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부동산의 공급은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수요는 단기적으로 증가하다보니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틈이 생겼고, 정부와 여당은 규제법안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하나만 있지 않다. 원인에 대응하되 균형적으로 보고 정책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도 어제 정부는 아파트 공급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수요 정책외에 공급 정책도 균형적으로 보게 된 것은 그나마 사후약방문 정도는 될 것 같다. 국회 본회의 찬반토론을 보면 여당은 법안통과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를 과거의 유물로 보려하고, 야당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전세가 사라질 위험을 강조하는 것 같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한다면 국민들은 누구편을 들까?

나도 결혼 후 임차인이었던 몇년 동안 전세의 덕을 보았다. 물론 모은 돈이 없어 대출에 의존하여 전세금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전세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논리에 공감한다. 언젠가는 내돈이 될 수 있는 전세금과, 지불하는 대로 내돈은 줄어드는 월세는 임차인에게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내 경험상 임차인은 당연히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집 평수를 늘리면서 전세금이 증가할 때 가장 염려가 되었던 것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인데 이번 임대차 3법에서는 이에 대한 보호가 간과되었다는 주장을 어떤 인터넷 기사에서 읽은 것 같다. 어쨌든 사다리를 한칸씩 올라서 결국 나는 내집을 마련하게 되었고, 따라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가 유지될 수 있으면 좋은 제도이지 과거의 유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퇴직 후를 대비하여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후 나는 임대인의 입장이 되었다. 내가 임대인이 된 이유는 당연히 수입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임차인으로부터 월세를 받는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당시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입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후회했다. 어쨌든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는 월세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덤이고 주된 투자목적이 아닌 경우에, 전세금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주식투자가 배당금보다는 가격상승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부동산투자는 가격상승보다는 월세수입을 주목적으로 할 것 같다.

임차인과 임대인이 전세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갭투자를 주거 사다리로 볼 것인가 혹은 투기로 볼 것인가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시각도 다를 것이다. 법안을 통과시킨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양자의 시각을 고려했겠지만, 찬반토론으로 나타나는 여당의 주장은 공감을 자아내기 어렵고 '우리는 직진한다'라는 오만한 관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반대여론에 공감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공감은 하지만 갭투기를 봉쇄하고 1세대 1주택만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임대차 3법이 지금 필요하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고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자녀의 독립적 주거를 위하여 전세제도가 존치되기를 바란다. 통계 수치를 증거로 제시하고 세금폭탄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임차인 시각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주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임대인이었던 금수저도 있겠지만,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주는 전세를 과거의 적폐로 몰아내려는 짓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심리적 목표도 더 중요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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