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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시인선2 - 사철 어는 사람들] 좋은 소식

최용탁 작가
  • 입력 2020.08.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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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최용탁, 사철 어는 사람들(다시문학, 2018)

 

최용탁

고향 떠난 지 이십 년 만에
소식 들었다
스물일곱 늦지도 않은 나이에
장가보내 달라고 제초제 먹은
장가갈 욕심에 두어 모금 마시고
두어 모금 뱉어 낸
촌수로 따지면 종조할아버지뻘
어린애들 잠지를 잘 만지던 근덕이 형
지금은 어엿한
사장님되었다 한다
중학교 중퇴하고
수몰되기 전까지 농사만 짓던
제초제 먹고 나서 내리 한 달
그해 처음 나온 부라보콘만
바보처럼 빨아먹던
얼금뱅이 근덕이 형이
도토리 같은 마누라 얻고 
자식도 아들 딸 구색지게 두어서
목욕탕 사장 슈퍼마켓 사장
종친회에 돼지 한 마리 내고
금박 찍힌 명함 한 장씩
주욱 돌렸다 한다
참 드물게 고향 떠나 성공한 소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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