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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전성시대, 내 안의 또 다른 나

조연주 전문 기자
  • 입력 2020.08.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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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를 대신하는 다른 자아
유쾌한 페르소나

바야흐로 부캐 전성시대다. 부캐는 '다음'이나 '둘째'를 의미하는 '부(副)'와 캐릭터를 합쳐서 줄인 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한다. 한 사람이 원래 가진 캐릭터가 '본(本)캐'라면 본캐 이외의 다른 캐릭터가 '부캐'다. 복수의 자아와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명과 차별화된다. 본캐를 대신하는 다른 자아, 우리는 왜 부캐에 열광할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와 슬픔이, 까칠이와 소심이처럼 우리 안에는 수많은 내가 있다. 그 수많은 나는 대외적인 '나'의 모습에 가려져있다. 대외적인 '나'는 명예와 체면을 위해 하고 싶은 말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다른 자아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음을 숨긴다. 익명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자아가 나오는 건 사실 완전히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니다. 무언가를 위해 감춰왔고, 수줍어서 숨겨왔던 모습일지 모른다.

출처 : MBC 놀면 뭐하니?
출처 :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뭐하니?'에서 결성된 여름을 겨냥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의 유듀래곤, 린다G, 비룡. 그들은 이미 유명인이라 부캐가 같은 사람인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대중들은 다른 사람인척하는 것을 기꺼이 속아준다. 본캐와 부캐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과거였다면 가식적인 사람, 또는 다중인격자로 비난받았을 테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친근하면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냈던 제주댁 이효리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린다G'. 그녀는 '제주댁' 이효리와 싹쓰리의 '린다G'중 어느 쪽이 자신인지 스스로도 혼란스럽다고 하면서도 부캐 놀이에 흠뻑 빠져있다. 굳이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부캐 놀이의 매력 포인트다. 우리가 린다G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가 어떤 부캐보다 내면의 소리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남들 신경 쓰지 않고 할 말 다 하면서 속마음을 뻔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쾌한 페르소나.

부캐 전성시대의 열기는 현대인들의 심리와도 맞닿아있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이라는 책에서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이는 '다중적 자아'라는 뜻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현실, 직장과 퇴근 후 정체성이 다르듯 현대인들은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 쓰듯 때와 장소에 맞춰 다른 자아를 꺼내 보이는 데 익숙하다. 이는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일깨우는 현대인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닌 또 다른 곳을 꿈꾸는 속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또 다른 자아인 부캐릭터를 형성해 익숙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슬기로운 이중생활' 부캐 놀이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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