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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87] 콘서트 프리뷰: Blue Escape with NOMOS TRiO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8.05 09:39
  • 수정 2020.08.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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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토요일 오후 8시, 현대문화예술기획 주관으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자. 시계의 바늘을 27년 전인 1993년으로 돌리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개시하는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한다. 피아니스트 박성미, 첼리스트 전소영을 주축으로 1993년에 창단된 노모스 트리오가 올해도 어김없이 연주회를 개최한다. 이제 3년 후면 창단 30주년을 맞게 되는 쏜살같이 흐른 세월을 같이 해온 우정과 의리의 산물,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그들의 열정은 2020년 정기연주회 Blue Escape with NOMOS TRIO란 부제로 8월 8일 토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력을 인정받으며 정기연주회를 비롯하여 드림 콘서트,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소년소녀 가장 돕기 연주회, 드물워크샵 초청연주회, 독일문화원 초청연주회 등 다양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연주 등으로 원숙하고 조화로운 트리오 3중주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연주 단체다. 30년의 세월에서 쌓은 관록과 연륜은 거저 얻는게 아니다.

8월 8일 토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노모스 트리오 연주회
8월 8일 토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노모스 트리오 연주회

협성대학교 교수인 피아니스트 박성미와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멤버이기도 한 클라리넷티스트 안종현, 그리고 NEC첼로앙상블과 앙상블아리아띠의 수석 주자인 첼리스트 전소영으로 구축된 노모스 트리오가 코로나와 지루한 장마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위를 날려버릴 한 여름밤의 청량제로 선보일 이번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클라리넷 트리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글린카의 <비창 트리오>와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다.

노모스 트리오 멤버들과 프로그램
노모스 트리오 멤버들과 프로그램

58살의 늙은이(지금 같은 100세 시대에 환갑도 안된 나이는 청춘이지만 브람스가 살았던 19세기 후반 기준으로는) 브람스에게 삶은 기대와 희망을 넘어 이미 통찰과 초월로서 달관의 경지에 이른 지경이었다. 마지막 교향곡인 4번을 작곡한지도 이미 5년이 지난 말년의 브람스의 작곡 심지에 다시 불을 지핀건 뮐펠트라는 클라라넷티스트였다. 마이닝겐 궁전을 방문, 거기서 뛰어난 클라리넷 주자인 뮐펠트를 만나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에 대해 그때까지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찾은 브람스는 회춘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장소에서 다른 계기로 만나 새롭게 그 사람을 알게 된 그런 느낌처럼 뮐펠트라는 연주자를 통해 브람스 말년의 클라리넷에 대한 사랑이 싹트였으니 연주자의 역할이 작곡가의 창작욕과 위대한 문화유산 창출에 어떤 영향과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생생한 증거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고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브람스는 이 날 감상하게 되는 3중주를 필두로 같은 해에 클라리넷 5중주를 그리고 3년 후에 연속해서 클라리넷 소나타 1-2번을 작곡한다. 말년의 피아노 소품과 더불어 인생 달관이 깊이 뿌리박혀있어 브람스 마니아에겐 최고의 선물이자 웰메이드 창작의 발현이다.

특정한 가사 없이 연주자 임의의 모음을 이용하여 허밍하듯 부르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첼로 편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첼로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음색 때문이겠지만 원래는 소프라노 또는 테너의 목소리로 연주되는 한편의 비창과 같은 분위기의 곡이다. 글린카의 <비창 트리오>와 맞물려서일까? 클라리넷이 더해진 편곡은 브람스의 달관과 글린카의 비창 사이에 낀 사람의 소리가 오페라로까지 연결된다. 오페라 하나가 히트 치니 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된다. 원천이 되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로 수많은 파생품이 만들어진다. 도대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어마어마한 성공, 예술적 영향력과 대중적 소비도가 얼마나 높았길래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도 모자라 오페라의 후광에 기대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아티스트들의 셀 수 없을 정도의 커버판이 존재하는가! 하긴 비제의 카르멘은 축복 그 자체다. 1막부터 4막까지 어느 한 대목, 한 아리아, 한 중창 등 놓칠 부분이 없이 흥미진진하다. 스페인의 이국적인 정취 하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야생마 같은 집시여인, 명령에 죽고 사는 우직한 군인, 남성미의 상징인 투우사, 애인의 어머니를 모시는 일편단심 시골처녀 4인방의 치정! 뚜렷한 캐릭터들이 소리 내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는 황홀하기만 하다.(오죽하면 샌프란시스코 지진 전야를 묘사한 윈드오케스트라 곡에 야상곡이라는 제목으로 3막의 미카엘라 아리아 선율이 삽입되었겠는가!) 노모스 트리오는 그중 3곡을 선택했다. 오페라 4막의 전주곡인 '아라고네이즈'(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민속 무곡)로 막을 열어 2막 전주곡인 광란의 '집시의 춤'까지 인도한다.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도 국내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이때, 노모스 트리오와 함께 스페인으로의 짧지만 청량한 도피(Blue Escape)는 무더위를 식히고 에너지가 북돋아주는 밤이 될 터, 8월 8일의 예술의전당 노모스 트리오의 열기가 비에 젖은 대지를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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