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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詩笑] 가장자리의 기억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8.05 09:30
  • 수정 2020.08.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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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끄트머리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것
가장자리의 흔적은 기억이 된다

 

가장자리의 기억    마 혜 경

 

 

손가락을 베었다

지문이 사라졌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물고기 비늘처럼 균등한 선

기억이 기억하고 있을까

 

넓이를 기억하고 있는 호수는

바람을 둥글게 둘레로 밀어낸다

바다는 파도의 리듬으로 테두리를 기록한다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잘린 무늬는 바깥에서부터 채워졌다

고스란히 차오른 결은 유독 가늘었다

빗살무늬토기 같았던 아버지의 생애

 

멀리 떠난 아버지의 신발을 신고

우리는 더 먼 기슭까지 걸어가곤 했다

칼 같은 여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자 심장을 베기도 했지만

아무도 몰래 사라진 아버지의 무늬

종잇장처럼 얇고 날카로운

가장 자리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 후로 모든 새벽이

가장자리부터 차오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혜경<br>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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