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끄트머리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것
가장자리의 흔적은 기억이 된다
가장자리의 기억 마 혜 경
손가락을 베었다
지문이 사라졌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물고기 비늘처럼 균등한 선
기억이 기억하고 있을까
넓이를 기억하고 있는 호수는
바람을 둥글게 둘레로 밀어낸다
바다는 파도의 리듬으로 테두리를 기록한다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잘린 무늬는 바깥에서부터 채워졌다
고스란히 차오른 결은 유독 가늘었다
빗살무늬토기 같았던 아버지의 생애
멀리 떠난 아버지의 신발을 신고
우리는 더 먼 기슭까지 걸어가곤 했다
칼 같은 여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자 심장을 베기도 했지만
아무도 몰래 사라진 아버지의 무늬
종잇장처럼 얇고 날카로운
가장 자리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 후로 모든 새벽이
가장자리부터 차오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