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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산촌의 감자

김문영 글지
  • 입력 2020.08.04 20:34
  • 수정 2020.08.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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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감자>

 

남들이 햇감자 맛있게 먹을 때

그제서야 탱글탱글 여문다

늦더라도 제대로 익는 것이 중요하다

평지보다 덜 뜨거운 햇빛일 망정

오뉴월 소중한 햇빛 모아

주먹보다 더 크게 힘차게 영근다

고라니 멧돼지 기웃거리는 근심스런 나날

운좋게 놈들의 공격을 피해

몰래몰래 키워온 은둔의 시간

다른 지역 감자들 식탁에 오를 때

뒤늦은 몸집 불리기에 땀 뻘뻘 흘리더라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산촌의 감자

평지의 감자들 앞다퉈 뽀얀 알몸 드러내고

서로 자기가 더 맛있다고 뽐낼 때

그저 빙그레 웃기만하던 산촌 감자

속으로 속으로 더 깊게 알차게 영글었다

나무와 풀과 돌과 새와 바람과 별과 구름과 하늘 어울려

천진하게 살아가는 산촌 사람들의 입을 구황하는 행복

이기적이고 메마른 도시인들이여 감자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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