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왕멀의 소통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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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왕멀의 소통과 공감
  • 이상훈 전문 기자
    이상훈 전문 기자 shleeft@gmail.com
  • 승인 2020.07.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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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방안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물왕멀 CCBL(Community Challenge Based Learning) 공동체의 소통과 협력 워크숍 주제 중 3번째인 '소통과 공감의 실행방안'을 도출하는 워크숍에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다. 

내가 총괄 퍼실리테이터일 때와 달리 직접적으로 염려를 하지는 않았지만 워크숍 일정이 다가오면서 혹시 문제가 없을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총괄 퍼실리테이터 역할과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교대해 가며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데, 함께 참여 중인 퍼실리테이터들은 모두 한국퍼실리테이션포럼 회원들이고, 모두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퍼실리테이터 인증자격을 갖고 있다. 몇년 동안 다져진 팀워크가 워크숍 진행할 때 빛을 발휘하여 아무런 문제 없이 워크숍이 끝나기는 하지만, 의뢰자가 과연 만족할까를 생각하면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나로서는 회차마다 신경이 쓰인다.

2주 정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으나 정작 내가 퍼실리테이션 설계자료를 받은 것은 워크숍 실행전날이었다. 내가 준비한 것과 유사한 자료의 형태로 작성되어 설계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검토 후 가장 염려가 된 것은 주제였는데 변경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참석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아침 7시부터 진행하는 정기 회의에 참석하러 가기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긴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제관련 최종 산출물에 대한 총괄 퍼실리테이터의 기대수준 이해였지만 속시원하게 미리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설계내용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나는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 돌아오는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후 질문한 입장에서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다. 1회차 워크숍에서 도출된 주제는 '마을 소통 공간과 채널'이었는데 총괄 퍼실리테이터는 의뢰자와 협의하여 '지역민(공동체)의 소통과 공감 방안'를 주제로 내세웠다. 처음 도출된 주제의 범위가 좁혀지고 구체화된 것이라며, 정리된 주제의 범위는 일반화되고 범위가 확장된 것이었다. 왜 주제의 수준을 변경했는가에 대하여 소통의 특성상 공간과 채널로만 실행방안을 좁히기 이전에 마을소통이 안되는 근본 이유를 찾는다면 더 중요한 실행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설계미팅 참석자 모두가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는 이제 전달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동시간을 고려하여 전주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동안에도 각자 가졌던 의문이나 이해를 나누었다.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하는데 퍼실리테이터간에 소통과 공감이 안되면 안되니, 워크숍과 관련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주민들이 어떤 의견을 낼지 상상해 보는 것 자체가 어떻게 회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한다. 예를들면, 나는 아파트 층간소음의 갈등관리를 위해 최근 층간소음 관리위원회가 설치된 것을 보았다고 전하면서 그 지역에 아파트는 없지만 유사한 불통사례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나중에 회의할 때 예상한 대로 주차갈등의 사례가 실제 나왔고 그것을 토대로 문제원인 및 실행방안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회의장소인 노송교회로 갔다. 회의진행에 필요한 자리배치 및 준비물을 점검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회의를 해 본 경험상 비가 오면 출석률이 뚝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도 시작시간 임박하여 내리는 큰 비는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오후 2시가 지났는데 2명 정도만 와서 염려를 하면서 총괄 퍼실리테이터가 회의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도 약간의 감소는 있었지만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 모였다. 지난 워크숍들에서 논의한 결과를 공유한 후 '소통과 공감을 잘 하려면'을 주제로 전문가 발표가 있었다.

노송교회의 공간을 빌려준 김성용 담임목사가 소통과 공감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짧은 설명을 한 후,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나누었다. 특히, 전투비행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자주 피해를 입는 부분의 사전 보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를 생각하고 피해를 입지 않은 부분의 사전 보완이 더 중요하다는 사례제시는 자신이 보지 못하는 다른 관점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모둠별 인원이 적은 모둠을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고 총괄 퍼실리테이터에게 말한 후, 내가 맡은 모둠의 인원을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도록 요청했다. 모둠의 인원이 적을 때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어려워 참석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리이동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참석자도 있다. 하지만 이미 몇번 만나 얼굴을 익힌 사람들이므로 집단지성을 일으키기 위하여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모둠을 통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었다. 그런데 다른 모둠도 인원이 적어 같은 문제에 직면했지만, 진행요원과 내가 참석자 역할로 참여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진행을 해야 할 내가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로 변경해야 할 때 고민이 생긴다. 혹시나 주민들의 의견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닐까, 마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의견을 내지나 않을까 등 조심스럽다. 그러나 내가 낸 의견이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 이제는 회의 분위기에 맞게 말은 아끼고 주로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어 주민들이 말하는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최종 의견을 선정하는 투표를 할 때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총괄 퍼실리테이터가 모둠별로 실행방안을 1차 정리하게 한 후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여 자유롭게 듣고 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른바 월드카페를 한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집단 역동성은 참여자 각자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동일한 모둠이 함께 이동함으로써 아이디어의 다양성은 다소 미흡하여 아쉬웠다. 자신의 모둠으로 돌아와서 2~3개의 실행방안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제출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발표시간이 진행되었다. 이번 워크숍의 의뢰자인 최태우 간사가 워크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어떤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공유하기 원했기 때문에 총괄 퍼실리테이터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독서주간과 연계된 물왕멀 둘레길행사, 그리고 레트로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제행사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 행사 곳곳에 소통과 협력 워크숍의 결과물이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참여자들이 탄성을 하면서 고무되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워크숍 참여인원 중에 그림작가가 있었고 워크숍 참여가 인연이 되어 둘레길행사에서 작품을 발표하게 된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제 모둠별로 제출한 실행방안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스티커 투표에 들어갔다. 근소한 차이로 선정된 3개의 아이디어는 마을행사로 축제 혹은 대청소 후 막걸리 마시기, 공통된 주제별 소모임 형성, 거리에서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하기 등이다. 공통점은 서로 친근해지는 방법이고 이미 우리가 소통을 위해 활용하는 익숙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실행을 해 보자고 의지를 다진 것 같다. 워크숍 소감나누기를 한 후 다음 워크숍 일정을 알렸다.

워크숍 후에 의뢰자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퍼실리테이션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다음 퍼실리테이션 설계를 위한 정보를 공유받는 자리이다. 예상보다 긴 시간 얘기하였는데 그 이유는 의뢰자가 워크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공동체활동을 수행하는데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수 등 전문가의 적극적 지원이라는 긍정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주를 출발하여 익산의 개발된 구도심의 모습을 견학하고 저녁식사로 맛있는 된장짜장을 먹었다. 함께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오늘의 워크숍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문득 참여하지 않은 주민들의 의견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진행되고 있는 워크숍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으므로 참여하고 싶은 주민들이 새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성과는 퍼실리테이터가 직접 산출한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생각을 촉진시켜 실행을 하도록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자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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