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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결말이 궁금하다

이상훈 전문 기자
  • 입력 2020.07.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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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독서토론모임

57회 모임이었다.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격주로 모여 독서토론을 한다.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을 수평적인 관계로 분출하고 경청하는 독서모임이다. 처음에는 퍼실리테이션을 더 알고자 전문서적 위주로 독서를 하다가 지금은 독서편식을 막고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새로운 주제의 독서에 도전하고 있다. 매분기 새로운 주제로 도서추천을 받아 미리 도서목록을 정한 후 매분기 2명의 정·부 운영자를 선출하여 진행한다. 이번 3분기 주제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독서목록을 정하기 위해 도서선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운영하다가 지금은 전 회원이 주제에 맞는 도서이면서 읽고 싶은 도서목록을 추천한 후 복수투표를 하여 득표순으로 정하고 있다. 너무 내용이 많아 읽기 어려운 책은 페이지수 기준으로 300페이지를 정해 가급적 추천 혹은 선택에서 배제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도서를 추천하기 전에 먼저 주제를 정하는데, 키워드 중심으로 논의하여 분기말 이전의 모임에서 정한다. 이 절차를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 모든 회원들을 단체 카톡방에 초대하여 진행한다. 오프라인 모임초대는 열려 있으나 보통 기존회원이 초대한다.

이번 모임의 대상 도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이었다. 참여자들의 첫소감은 대부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공감하기 어려웠다, 작가가 쉬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등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나니야 잡화점의 기적'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기대감이 컸지만 상대적으로 글빨(?)이 미흡했다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의 끝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읽은 후 이 책이 TV에서 화제를 모은 '하트시그널'의 구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짝'이라는 프로그램 이후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사랑의 화살표가 누구를 향할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전개방식이 이 책의 구도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스키장을 무대로 8명 청춘남녀의 사랑이 맺어지거나 좌절되는 스토리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면서 결과에 대해 궁금하게 한다.

스키 혹은 스노우보드에 대한 경험을 한지 오래되거나 경험이 적은 참여자들이 대부분이고 일본의 문화배경이어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라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그러자 공감은 되지만 다작으로 인한 독창성 부족이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다른 주장이 나왔다. 소설가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일반인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공감능력이 높은 수준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가는 천재성으로 작품을 창조할 수는 있지만 일반인, 특히 퍼실리테이터보다는 훨씬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각자의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사람책'의 경험과 의견을 접하는 것이 독서모임의 장점이다.

나는 독서모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프라인 모임과 온라인 모임을 병행해서 한번 시도해 보자고 모임 운영자에게 제안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하여 비대면회의에 익숙해지면서 온라인모임에 회원들이 많이 참여했던 경험을 기억하여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또한 강남구청의 지원금을 활용하여 참여자에게 다음번 책을 무료로 받을 기회를 좀더 확대함으로써 오프라인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기로 했다.

이번 모임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카톡을 많이 활용하다보니 정작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르고 있다는 현상이었다. 실제로 이번 모임운영자 2명이 상대방의 연락처를 서로 몰라 휴대폰 번호를 이번에 주고 받았다.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실제로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분위기와 편리한 온라인 소통도구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애의 행방을 알 수 없듯이 인생의 행방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연한 계기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녀관계가 가장 흥미롭고 절실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교육 혹은 사회생활의 업무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관계는 인생의 행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정기적인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내 인생의 행방을 행복쪽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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