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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발전 기원, 카이스트에 전재산 기부한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권용
  • 입력 2020.07.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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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에 첫사랑과 결혼, 83세 여걸의 766억 쾌척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미래 대한민국 과학발전 위해 전재산 기부
'엘리트 인생'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 졸업
전두환 정권 시절 기자 해직 후 소·돼지 키워 사업 본격적으로 시작

영상=KAIST Archives 유튜브 갈무리(바로가기)

평생 모은 재산을 KAIST에 기부하는 약정식이 열렸다. 이번 기부 금액만 무려 676억원, 'KAIST 개교 이래 최고 기부액' 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행사 내내 담담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23일 오후 2시, 대전 KAIST 본원에 모습을 드러낸 80대 할머니, 그녀의 정체는 광원산업 이수영(83) 회장이다.

"나는 과학은 모르지만, 과학의 힘이 얼마나 큰 줄은 압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 기술 인재를 키워주기 바랍니다.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이 회장은 현재 KAIST 발전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기부금을 낸 것이 세번째다. 이번 약정한 금액까지 총 766억원으로, 2012년 미국 부동산을 유증(약 80억원 상당)한데 이어 또 다시 1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기증했다.

이번 이 회장의 기금은  KAIST ‘싱귤래러티(Singularity) 교수‘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며, 이에 선발된 교수는 논문 평가를 받지 않고 10년간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는 KAIST가 국내 최초 도입한 제도로 이 회장은 KAIST에서 국내 최초 과학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의 미래는 과학기술 발전에 달려있고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KAIST라고 보고 있다. 모교인 서울대(법대)가 아닌 KAIST에 많은 금액을 기부한 이유이다. 이 회장은 “세상 만사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며 “국내 GDP의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석ㆍ박사 연구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고 설명하며 KAIST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의 자서전의 제목 역시  ‘왜 KAIST에 기부했습니까?’이다.

이 회장은 대합 졸업 후 법조인 대신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1963년 서울신문에 입사 후 한국경제신문에 뿌리를 내렸지만 1980년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폐합 때 강제 해직됐다.

2020년 7월 23일, 카이스트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 이수영 회장의 모습(
사진=카이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이후 기자 재직 시절 시작한 주말농장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업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낮에는 신문사에서 일을 하고 농장 규모가 커지며 밤에는 경기도 안양의 목장에서 소와 돼지를 키웠다. 서울과 목장을 오가느라 차에서 하루에 한 시간 남짓 잠을 자며 버티곤 했다.

기자 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농장 일과 사업을 시작한다. 선친이 남긴 50만원이 사업 밑천이었다. 돼지 두 마리로 시작한 목장은 1000마리로 늘어나 전국에 소개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돼지 출하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국군장병 위문품으로 돌려 이익을 남기고 우유가 남아도는 '우유 파동'때는 초등학생 우유 무료 제공을 통해 사업을 이어갔다.

이후 목축업에 이어 모래 치취 사업으로 본격적으로 부를 쌓았다. 1988년 부동산 사업을 시작하며 광원산업을 설립, 여의도 백화점 일부 매입 등으로 사업을 키워갔다. 이후 이 회장은 미국의 연방정부가 세들어 있는 빌딩의 '건물주'가 되며 “성조기가 펄럭이는 건물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KAIST에 유증하며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이 회장은 신장암 투병을 하며 죽음의 고비도 넘기고 조직폭력배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의미 없이 쓰이길 바라지 않았다”고 말한 배경으로, “젊은 학생들은 조금만 도와줘도 스스로 발전해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한다”며 "KAIST에 기부하고 참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학사업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 회장에게 가족은 든든한 동반자다. 이 회 장은 80년 넘게 독신으로 살다가 첫사랑이었던 현재 남편과 2년 전 결혼했다.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며 대구지검 지청장을 지낸 김창홍 변호사이다. 적지 않은 기부에 가족들의 반대가 따를 수 있지만 이 회장은 “남편이 오히려 ‘이왕 마음 먹은거 빨리 하라’며 기부를 독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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