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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79] 코로나 시대 철통방역의 선두업계: 클래식 음악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7.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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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토요일부터 순차적으로 관객과 만나는 국립공연장과 국립예술단체

지난 달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고양 킨텍스를 코로나19 방역 우수사례로 소개했다. 6월 13일 킨텍스에서 열린 ‘프리미엄 펫쇼’ 행사에 다녀온 관람객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입장 전 문진(QR코드)-마스크착용-발열검사-손소독-발열검사(2차)에 이르는 4단계 방역 덕분에 2차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중대본은 “다중시설이라도 생활방역수칙과 철저한 시설방역으로 감염피해를 막은 대표적 사례”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요 전시회 개최 및 방문자현황, 사진제공: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이 임시로 문을 닫고 연주회가 취소되었다. 방역당국의 불철주야 노력 덕에 코로나의 불씨가 잡힐만해 다시 개장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또 어디서 지역단체감염이 발생하고(이태원, 방문판대, 다단계 등등) 눈물을 쏟으면서 다시 문을 닫고 하염없이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인내를 해야 하는 형국에 직면에 있다. 사회 각 분야가 코로나 여파로 힘들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진 못하겠지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음악공연만큼 이런 사태에 맥이 빠지는 분야도 드물다. 음악, 즉 실연은 특별한 시간, 일정한 공간에 모여 감상하는 시간예술이기 때문이다. 연주자는 지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 운동선수처럼 스케줄을 짜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갑작스러운 취소와 연기 등은 기껏 공연 날짜와 시간에 맞춰 놓은 바이오리듬을 순식간에 무너지게 하고 준비한 당사자를 실망과 상심에 빠지게 한다.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동기부여를 해서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던 연주회를 재 정비한다면 2배, 3배의 노력과 끈기 그리고 강한 멘탈이 필요하다. 무대공연만큼 기후, 환경, 전염병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도 없다. 바로 모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야 같이 듣고 열광하고 거기서 생기는 입장 수입으로 운영이 되는데 기껏 준비해 놓았다가 메르스네, 사스네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적자를 보고 망한 공연도 부지기수다. 음악가들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는다. 온라인 공연? 임시방편의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공공기관이나 가능한 일이요 코로나 이전에도 유튜브만 틀어도 공짜는 널려 있는데 조회수는 바닥을 긴다.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수요가 없지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 서로 교감이 되고 소통이 이루어지는게 실연의 의미다.

반사판을 설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서 연주하는 홍콩신포니에타, 사진출처: 홍콩신포니에타 SNS
반사판을 설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서 연주하는 홍콩신포니에타, 사진출처: 홍콩신포니에타 SNS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5개 전시 컨벤션 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5월부터 7월 둘째 주까지 총 87건의 전시·박람회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기업과 관람객을 포함해 전시장을 방문한 인원만 110만 명에 육박했지만 전시·박람회에선 집단감염이나 2차 전파 사례가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행사 현장의 3~4단계 ‘겹겹이 방역’이 그만큼 효과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클래식 음악회에서의 대표적인 사례로 3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의 공연을 들 수 있다. 관객으로 가득 찬 객석과 무대의 피아니스트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은 정도로 혼연일체 되었다. 3월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긴장과 불안감이 극도로 달했을 때라 이런 와중에 무슨 음악회냐는 비난이 상당히 거세었다. 그런데 그렇게 비난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음악회에 가지 않고 클래식 음악회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정작 신앙의 정수를 깨달은 참 기독교인들은 바울의 말대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면서 정부 지침을 잘 따르고 자신의 만족을 위한 예배가 아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돈이 필요하고 혹세무민하는 자영업자들이 자기들 살기 위해 교회 문을 열고 비말이 온 사방에 튀는 찬송가를 같이 부르면서 소금물 소독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민간요법으로 아녀자들의 쌈짓돈이나 털지 피아니스트가 멀리 떨어진 무대에서 연주하고 그걸 4-50미터 떨어져서 마스크 쓰고 들으면서 일체의 연주 도중 잡담이 금지된 클래식 연주회가 더 감염에 취약하겠는가? 아님 지금도 어딘간들 바글바글하는 카페나 술집, 클럽이 더 안전하겠는가?

6월 말,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현대문화예술기획 주관으로 진행된  지휘자 이종진과 팬 아시아필하모니아의 공연 실황 모습
6월 말,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현대문화예술기획 주관으로 진행된 지휘자 이종진과 팬 아시아필하모니아의 공연 실황 모습

객석의 반, 아니 1/3만 예매와 입장을 허용하고 관객들을 양옆과 앞뒤로 2m 띄어 않게 하고 공연 내내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객석뿐 아니라 무대에서도 거리두기를 적용해 같이 연주하는 단원들끼리도 리허설과 연습 시에도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마스크를 쓰며 반사판을 설치해 두었다. 입장 전부터 3~4단계에 걸친 ‘멀티 방역’ 조치는 기본이다. 입장 전 이뤄지는 OR 코드를 활용한 신분확인과 문진을 시작으로 발열 검사와 손소독, 마스크 및 위생장갑 착용 등이 단계별로 이뤄진다.음악인들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리시차 같은 슈퍼스타는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믿고 이런 시국일수록 음악에 목마르고 위로받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미덕을 보이는 반면 빈 수레가 요란한다. 2-3년에 독주회 한번, 협연 한번 하는 사람이 무슨 고3 수험생같이 예민하게 굴고 온갖 까탈은 다 부린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자기의 연주회에 온 사람들이 혹시라도 감염될까 봐 그게 우려되고 걱정되고 미면에 방지하겠다는 주장이다.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당신이 문화예술인으로서 이 기간에 무슨 기여를 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라! 개강이 연기되 수업이 줄어들었다고, 이 판국에 무슨 연주회냐고 지레 겁먹고 먼저 취소하고 연주회 없어 굶어 죽겠다고 개런티가 줄어들었다고 불평이나 하면서 집 구석에 처박혀 그저 자기에게 조금만이라도 비말이 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질이 짓 말고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고생하시고 헌신하시는 분들에게 보탬이 되었는지 자문해보라! 나라에서 나한테 뭘 해줄지 바라고 불평만 하지 말고 내가 음악인으로 나라에, 이 위기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

7월 20일부터 수도권 공공시설들이 입장객 제한, 전자출입명부 도입, 마스크 착용을 전제로 운영을 재개했다. 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중앙도서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10개 기관은 수용 인원의 최대 30%, 국립중앙극장, 예술의전당 등 8곳은 50%만 입장객을 받을 수 있다. 시설물 소독과 사전 예약이 필요해 실제 개관은 오늘 22일부터 이루어지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10개 기관은 22일부터, 국립공연장과 국립예술단체는 25일부터 순차적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제는 만나고 싶다. 코로나 시대의 철통방역의 선구자는 클래식 음악계였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클래식 음악인 또는 관객들 중에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천지신명께 감사할 뿐이다.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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