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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흔들릴 자유마저 빼앗기고

김화일 전문 기자
  • 입력 2020.07.17 10:49
  • 수정 2020.07.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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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출렁다리 전성시대!

바야흐로 지금 대한민국은 출렁다리 전성시대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개장 110일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19년에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는 281일 만에 300만 관광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0, 또 하나의 출렁다리인 전북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가 하늘길을 열었다.

 

2020년 3월 개장한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채계산 출렁다리를 보면 강렬함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산과 산을 이으며 공중에서 출렁거리는 다리의 색깔은 다름 아닌 빨강색이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빨강색으로 강렬함을 준 부분도 있겠지만, 이곳이 순창이기에 그 빨간색에서 우리는 고추장을 연상하기도 한다. 주탑이 없는 현수교 중 가장 긴 다리라는 기록만 놓고 봐도 확실히 웅장함이 있다. 높이 75m, 길이 270m, 70kg 성인 1300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끄떡없는 다리라는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그 위용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전국에 있는 출렁다리들은 왜 그리 인기가 많을까? 달리 말해 사람들은 왜 흔들다리를 좋아할까? 뭐니 뭐니 해도 흔들리는 출렁다리 위에서 느껴지는 스릴감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발 아래로 까마득히 지면이 보여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물이 출렁거리고 있어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무주탑 현수교 중 최장 270m,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실제로 심리학 이론 중에 흔들다리 효과라는 게 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만난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안정된 다리 위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흔들다리 위에서 느끼는 긴장감으로 인한 두근거림을 이성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연인끼리 공포영화를 보러가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경우, 가벼운 레포츠를 즐길 때의 심장 두근거림을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땅을 딛고 생활하는 우리는 흔들리지 말 것을 강요받고 산다. 흔들린다는 것은 줏대가 없고 약하다는 방증으로 인식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에 떠서 맘껏 흔들려보고픈 욕구가 있는건 아닌지. 타의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출렁다리는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또 하나의 해방구는 아닐까?

 

시인 도종환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흔들림이란 그렇게 유연함의 또다른 이름이요, 힘듦을 극복하고자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인근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휴장 중인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

 

현재 채계산 출렁다리는 개장휴업중이다. 3월말 개장 당시도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던 시점이라 개장행사를 취소했었는데 개통 후에도 코로나 때문에 임시 폐쇄에 들어갔었다. 다시 재개장했다는 소식을 진작 들은 터라 얼마 전 전북여행길에 찾아갔더니, 최근 인근 광주지역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 여파로 또다시 잠정적 폐쇄에 처한 상황이었다. 하필 코로나가 점령한 시기에 태어나 세상의 주목도 끌지 못하고, 사람들의 발길도 끌지 못하고 있는 채계산 출렁다리가 안쓰럽다. 더불어 맘껏 흔들릴 수 있는 자유마저 빼앗긴 우리도 안쓰럽긴 마찬가지지만, 지금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코로나를 극복해야한다는 의지만큼은 흔들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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