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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못생긴 호박꽃

김문영 글지
  • 입력 2020.07.15 09:39
  • 수정 2020.07.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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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호박꽃>

 

호박꽃도 꽃이냐 비웃지 마라

못생긴 꽃이라고 놀리지 마라

못생겨서 죄송하긴 하지만

세상에 이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김새가 아니다

호박꽃이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허전했을까

꽃봉오리 소금뿌려 잎에 싸서 아궁이 불에 구워먹던 추억

애호박 썰어넣은 구수한 된장찌개도 완성될 수 없다

감미로운 죽을 위해 으깨어 깨지고 문드러지면 어떠랴

잘게 채 썰리어 칼국수 국물에 들어가도 좋다

잔칫상 단골 메뉴 전으로 변신 위해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뛰어들어 지지고 볶일지라도

축복의 시간에 함께하나니

온몸을 부숴 희생하는 일생

비록 못생기긴 했어도 그 얼마나 사랑스러우냐

못생겼다고 손가락질 하지마라

손가락질 하는 당신

호박꽃처럼 남을 위해 헌신한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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