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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26 ] 취생과 몽사

김홍성
  • 입력 2020.07.1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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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사가 달변이라면 취생은 말을 아꼈다. 친절하고 명랑한 성품인 듯 했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데가 있었다.

ⓒ김홍성

 

몽사는 43. 여행이 직업이라고 했다. 주로 오지나 절경을 찾아다니면서 찍고 써서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프리랜서였다. 그는 절경보다 오지를 좋아했다. 그러나 친구들로부터 너 때문에 오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국내 취재를 포기했다. 대신 취생과 함께 인도,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 등의 히말라야 기슭을 뒤지고 다닌 지 만 2년이 되었다고 했다. 2년 동안 해마다 6개 월 정도는 여행하며 살았으며 이번에도 6개월 일정으로 출국했다고 했다.

 

몽사가 달변이라면 취생은 말을 아꼈다. 친절하고 명랑한 성품인 듯 했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데가 있었다. 나이는 서른 살 전후로 보였다. 부부로 보기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산닥푸 - 팔루트 트레킹이 추억 여행이라고 한 점으로 보아서 둘은 그 여행 중에 만나 연인이 된 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례다 싶어서 그들의 신상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들도 내 신상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인도 네팔 등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 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바로 귀국할 예정인 여행자라는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들의 화제는 주로 배낭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잡다한 대화가 이어지는 중에, 나는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우모 침낭을 찾는 대로 시킴 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당일에 바로 시킴 입경 허가가 나오는 줄 알았더라면 우리는 여기서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도 했다.

 

몽사는 우모 침낭을 드라이클리닝하면 침낭의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오리나 거위의 앞가슴에 나는 잔털에는 강한 복원력을 유지하게 하는 자체 성분이 있는데 드라이클리닝의 세제인 벤젠은 그 성분을 다른 기름때와 함께 빼 버린다는 거였다.

 

취생도 예전에 네팔에서 그런 경험을 했고, 결국 새 침낭을 장만한 후로는 고어텍스 카버와 융으로 만든 내피를 같이 사용한다고 했다.

 

몽사는 뚱바를 제대로 마시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술이 빨리 우러나게 한답시고 빨대로 통 속의 꼬도를 휘젓지 말라. 꼬도의 겉껍질이 손상을 입어 숙성 되지 않은 술까지 우러나오므로 머리가 아플 수 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놓고 술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기다렸다가 빨아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술이 밍밍해지면 새 뚱바를 시켰다. 페마는 손수 중국제 마호가니 병의 뜨거운 물을 조금씩 세심하게 부어주었으며 대화는 주로 뚱바 얘기로 이어졌다.

 

시킴에 가면 주목으로 만든 뚱바 통을 사용하는데, 그 통에는 뚜껑이 따로 있다. 뚜껑 가운데는 빨대를 꽂는 구멍이 있으며 통 옆에는 쇠고리가 두 개 달려 있다. 가죽 끈을 매달아 어깨에 걸기 위한 쇠고리이다. 옛날에는 추운 날 말을 타고 길을 나설 때 뚱바 통을 숄더백처럼 차고 거기에 긴 빨대를 꽂고 빨면서 추위에 견딘 전통에서 유래한 거라고 몽사는 말했다.

 

뚱바 통을 찬 행장으로 말에 앉은 사내들이 눈에 그려졌다. 주막집 헛간에는 김칫독 같은 독이 있고 거기서 뚱바가 숙성되고 있다. 화덕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으면서 김이 오르고 있다. 페마처럼 생긴 부인네들이 뚱바를 한 바가지 씩 퍼서 말 탄 사내들의 뚱바 통에 담아 준다.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뚱바 통에 부어 주는 부인네들도 있다. , 옛날에는 그랬다는 말이지 …….

 

몽사와 취생은 내 상상에 박수를 쳐 주면서 대단하다고 부추겼다. 우쭐해진 나는 한마디 더 보탰다. 여기 뚱바가 있고, 취생이 있고, 몽사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취생몽사가 이루어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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