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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74] 부천필의 고소와 지휘자의 병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7.11 10:34
  • 수정 2020.07.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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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부천필)와 부천시립합창단으로 구성된 부천시립예술단의 운영 주체가 부천시에서 재단법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오케스트라 노조와 부천시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부천시장과 지휘자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고 지휘자는 두 달간 병가에 들어가 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사진제공: 부천시립예술단

부천시청 민원실 앞 부지에 들어서는 부천문화예술회관은 부천시가 추진하는 1458석의 콘서트홀과 300석의 소극장 등을 갖춘 클래식 특화 복합공연장으로 2022년 준공 예정이다. 파이프오르간까지 갖추는 등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나 롯데콘서트홀 등 국내 최고 공연장에 견줄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예술회관 운영에 관한 연구용역 과정에서 부천시 직영· 부천문화재단 위탁 운영과 함께 재단법인 설립에 관한 안건이 거론되면서 반발이 생겼다. 노조는 본래 시립합창단에만 있었으나, 지난 2월 11일 단원 88명 중 83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예술단지회가 부천필에 새로 생겨났다. 지난 1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재단법인 소속이 되면 예술단이 상업성에 치중하게 돼 공공성이 훼손되고 단원 처우도 저하된다"라며 재단법인화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예술의전당에서의 지휘자 박영민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사진제공: 부천시립예술단

노조는 지휘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부천고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지휘자는 2015년부터 예술회관 설계와 자문 단계를 지켜보면서 부천시의 노력을 봤고 콘서트홀의 의미에 대해서도 공감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재단 법인화를 통한 도약을 위해 단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러한 행동이 강제적 행위로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히고 심리적인 이유를 들어 두 달간 병가에 들어갔다. 부천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나오지도 않은 연구용역 결과를 놔두고 노조가 과민반응을 한다는 입장이다.

국공립 예술단의 재단법인화 문제는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격한 반발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감자'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시립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국공립 예술 단체에 대해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공연 횟수나 완성도 등 공공성과 예술성 면에서 부족하다는 비판은 예술계 밖에서 끊이지 않았다. 박봉이지만 매달 정기적인 월급이 나오고 준 공무원에 비하는 안정적인 신분이 보장받은 상태에서 박봉을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 외 예술가로서의 개인 활동을 누리고 싶어 하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예술에 대한 안목과 이해는 1도도 없으면서 경영과 효율성 그리고 성과 위주 논리로 재단하는 '예술과 경영'이라는 두 집단 간의 부딪힘은 서로의 입장 차에 대한 이해 노력은 할 지언정 "항공모함 서너 개는 교행 할 수 있을"만한 간격이 있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사진제공: 부천시립예술단

단원들과 운영진의 판단과 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노조는 예술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한다. 부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오케스트라가 정부나 지자체 또는 독지가의 후원 없이 운영 되는 오케스트라는 한 군데도 없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측은 “시립예술단은 4~5년 뒤 단원들의 임금을 12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금액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1400여 석 규모의 콘서트홀에서 월 20회 이상 만석으로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라며 “이는 오히려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된 연습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정말 오케스트라 콘서트에는 가보기나 했는가? 절대 불가능한 수치다. 오케스트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시민들의 공공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봉사 단체다. 재단법인화가 되면 예산, 홍보, 마케팅 등 자체적 책임을 지게 되어 조직을 전문화되는 게 가능하지만 그건 이제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약육강식의 무한 정글에서 자영업자가 되어 경쟁과 생존에 내몰리게 된다는 뜻이니 단원들의 고용 불안은 당연하다.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예산 감축과 해고 그리고 자본의 논리로 악단 해체 등의 수순을 밟을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오케스트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과 한번 취직하였으니 철밥통으로 월급만 축내고 탱자 탱자 기량 향상과 발전에는 관심 없고 밥만 축내는 복지부동의 인물들도 있을 테다. 운영진은 당근과 채찍으로 단원들을 자극하고 시의원들은 시민들 돈 아깝게 축낸다고 비난하고, 다들 음악과는 무관한 동네 이권싸움하는 꼴과 비등하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박영민, 사진 제공: 부천시립예술단

병원 전체를 운영해야 하는 종합병원의 원장과 병원에 속해있는 평 의사의 입장은 다르다. 모든 부서를 운영하고 관장하면서 효율과 수익에 초점을 맞춘 원장과는 달리 의사는 찾아오는 환자 잘 치유해서 보내면서 또박또박 월급을 타면 된다. 돈 안되는 해부학 같은 기초의학과 출산율이 떨어져 찾지 않는 산부인과 등은 없애고 환자에게 각종 검사를 은연 중에 강요하면서 환자가 몰리는 과에 지원을 해줘 수익 극대화를 꾀하려는 원장의 경영방침 때문에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산부인과 원장..... 그렇다고 질병 퇴치와 생명수호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병원이 기초의학에 소홀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정작 환자는 어떤 심정일까? 환자라면 최상의 진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아 빠른 시일 내에 완치되길 바랄 테다. 그렇다! 이게 답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노조 결성 후 사퇴와 사표 수리, 단원들 처우개선과 복지, 지휘자의 독재, 폭언, 성과 위주, 임금동결 등의 단어는 그냥 음악과 하등 상관없는 인간사 해묵은 갈등이자 다툼이다. 이 모든 인간사 바둥거림을 초월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박한 심정으로 작년 5월 예술의전당에서 들었던 지휘자 박영민과 부천 시향의 말러 교향곡 3번에 다시 빠지고 싶다. 음악가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음악을 연주할 때만 존재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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