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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詩笑 시소] '情' 헤어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7.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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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머리 자르실래요?

 

'情' 헤          마 혜 경

 

 

  미용실 간 아들이 기분이 상해서 돌아왔어요 늙고 뚱뚱한 미용사가 축 처진 가슴을 머리 위에, 왼쪽 자를 때는 오른쪽 젖가슴을 오른쪽 자를 때는 왼쪽을 올려 스타일을 구겼다나요 아 그래 그녀는 혼자예요 피붙이 아들 하나 있었는데 전역 앞두고 그만 총기사고로 죽었지요 그 이름이라도 남기고 싶어 아들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었다나 이 악물고 살려고 가위를 들었겠죠 머리카락 대신 자신을 안 자른 것만도 다행 아닌가요 말년 군인들이 가끔 머리 자르러 와요 거울엔 아들이 없어요 하늘 구름 밭 속 자유롭게 걷고 있을 아들그러니 아들아 이해해라 날선 가위에 안 다친 것만도 다행인데 젖가슴에 눌린 게 무슨 대순가요 여린 잔디도 밟아야 웃자라요 사람도 가끔 어머니의 가슴으로 눌러줘야 억울함 없이 일어나죠 나도 오늘 머리를 자를까 해요 

 

'情' 헤어 ⓒ마혜경
'情' 헤어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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