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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72]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1928-2020)를 추모하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7.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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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마구 선사했던 음악의 연금술사 엔니오 모리꼬네....
RIP Ennio Morricone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시네마 콘서트에 새내기 대학생이 합창으로 참여했다.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3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의 연습도 공연같이 끊지 않고 쭉 했던 열정 넘치던 이탈리아에서 온 할아버지, 그 소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악을 듣고 감동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아름다움이란 걸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와서 봉변도 당하긴 했지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인종과 종교, 성별을 초월하여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깊은 감동을 새겨준 사람... 시네마 콘서트의 주인공이었던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서거했다는 소식은 다른 어떤 대가의 죽음보다 더욱 눈물이 나고 먹먹하다.

한국시간 6일, 서거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국시간 6일, 서거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국시간 6일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낙상 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엔니오 모리꼬네가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28년 태어나 클래식을 전공후 33세부터 영화음악 작곡을 시작해 '석양의 무법자(1966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언터처블(1987년)' '시네마 천국(1988년)' '미션(1986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작들이 그의 숨결을 통해 탄생하였다. 2007년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16년 85세의 나이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엔니오 모리코네는 클래식과 이탈리아 전통 음악, 록, 컨트리, 재즈, 전자음악 등 수많은 요소들을 결합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이어 나갔다. 그가 만든 아름다운 선율들은 심금을 울린다.어렵지 않고 단순한 멜로디를 사용하면서도 탄탄한 베이스와 바로크적인 감수성으로 유려한 선율을 떠받쳐 내는 마력을 지녀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엔니오 모리코네는 영화 음악이 단순히 영화에 종속된 하위 장르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별개의 예술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래서 필자는 엔니오 모리꼬네 앞에 붙은 불필요한 '영화음악 작곡가'란 타이틀을 떼어버린다. 그는 작곡가이다. 하나의 사조를 만들어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었으며 미디어에 최적화된 극음악을 쓴, 베르디-푸치니로 이어진 이탈리아 전통의 맥을 이는 작곡가이다.

합창단의 소녀는 엔니오 모니꼬네를 통해 마치 그의 영화 <시네마천국>의 토토와 같이 눈에 보이는 일차원적인 아름다움에서 내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트이게 되었다. 희생과 감수라는 사랑의 대명제와 공감과 동정이라는 삶의 미덕을 터득했다. 세상의 인도자가 되어 한 사람의 인생에 이정표가 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꿈을 키우고 위로와 위안을 받았는가! 엔니오 모리꼬네와 같이 동심을 자극하며 남녀노소 전부가 즐길 수 있는 예술성 높은 보편성의 음악을 작곡한 이 시대의 거장이 또 누가 있는가!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은 몰라도, 영화 제목은 몰라도, 그가 남긴 선율의 한 대목을 들어본 적이 있고, 그 선율과 한 쌍을 이룬 영화의 한 장면이 깊게 뇌리에 박혀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2007년,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해 지각하는 정치인들과 가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온갖 플래시 세례와 환호에 취해 화려하게 입장하는 배우들을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묵묵히 기다렸던,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세계적인 거장이자 영화제의 진정한 귀빈을 알아보지 못한 안전요원들의 무지로 문전박대를 당한 수모까지 겪은 한국나이로 팔순의 엔니오 모리꼬네..

수치로 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추억, 상상, 낭만, 모험, 기대, 희망, 좌절 등등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아우러진 형언할 수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스스로 한 시대를 정의했던 그가 수십 년간 만든 음악은 영화라는 특정 장르를 뛰어넘어 수백 년 동안 잊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영화'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름 역시 잊히지 않을 것이다. 꿈을 심어주신 분, 그분의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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