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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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7.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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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교사, 학생들의 '선생님은 죄가 없다'라는 탄원에도 불구
계속된 조사 끝에 스스로 목숨 끊어.

전북 부안군 상서면에 있는 상서중학교는 남녀공학으로 전교생 수가 19명인 작은 시골학교다. 30년 교직생활 중 이곳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던 송경진 교사는 평소 학생들을 끔찍하게 아꼈다. 특히 가정이 불우한 아이들은 자식처럼 챙겼다. 그러나 송 교사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다.

2017년 8월31일 전라북도교육청 앞에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송경진 교사의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2017년 8월31일 전라북도교육청 앞에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송경진 교사의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지난 2017년 4월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학생부장(체육교사)은 송 교사가 "여학생 7명에 대한 성추행이 의심된다"고 학교장에게 알렸다. 송 교사가 여학생들의 허벅지와 어깨를 주물렀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같은 달 19일 송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행법상 교사는 학생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인지할 경우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학교장은 즉시 경찰에 고발 조치하도록 돼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피해 학생들은 "선생님은 죄가 없다"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내사 종결하고 부안교육지원청에 고지했다. 4월24일 부안교육지원청은 경찰의 내사 종결에도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송 교사를 직위 해제하고 전북교원연수원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성추행 혐의'가 있는 송 교사를 학생과 학부모, 학교로부터 사실상 격리 조치한 것이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 열흘 만인 4월29일 피해 학생들은 송 교사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자필 탄원서를 교육청에 냈다. 학생들은 탄원서에서 선생님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호소하고 처음 체육교사에게 신고할 때의 진술을 번복했고, 표현이 과장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송 교사에 대한 조사는 계속됐다.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송 교사를 여러 차례 불러 성추행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5월2일에는 약 3시간에 걸쳐 1차 문답 조사를 벌였다. 그 후 몇 차례 더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전북 지역 지상파 방송에 이 내용을 토대로 한 뉴스가 보도됐다. 결국 송 교사는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지 약 4개월 만인 8월5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성추행 의혹으로 강압적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송경진 교사, 사진 제공: 유족

죽기 전 그는 노모와 마지막 식사를 하고 학교로 가서 짐을 정리한 후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를 썼다. 그리고 자택 차고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발견 당시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한 상태였다. 송 교사의 부인은 "남편이 모욕감과 치욕감을 견딜 수 없어 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에는 졸업생을 포함해 200여 명의 학생들이 문상을 다녀갔다. 송 교사의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경찰의 내사 종결과 학생들의 진술 번복 탄원 후에도 조사가 강행되었고 이게 송 교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몰아갔다고 "고인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겠다"며 교육 당국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인권센터 측은 "학생들의 탄원서는 참고했지만, 재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송 교사에 대한 조사 내용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검찰은 "조사 과정에 강압은 없었고, 법령과 지침도 지켰다"며 관계자 모두들 무혐의 처분했다. 송 교사의 죽음에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결국 죽은자만 억울한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지금까지 송 교사의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사과도, 책임질 줄도 모른다"며 분개했다. 무서운 세상이다. 사명감 넘치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쳤던 참 교육인을 모함해 죽게 만들고 어느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형국이다. 억울한 혼백이 구천을 떠돈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그러고도 당신들이 교육자이며 평생 영겁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가! 교육자의 양심과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고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죽게 만든 모든 사람들의 모골이 송연해진다. 사과한다고 죽은 사람이 부활하지 않겠지만 얼마나 억울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까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했겠는가! 고 송경진 교사여...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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