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의 음악통신 270] Critique: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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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70] Critique: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7.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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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와 연주자의 이상적인 협업의 모습을 보여준 6월 30일 피아노 온 정기연주회

한국 현대음악의 시대적 과제와 고민, 방향과 미래, 21세기 한국창작곡에 대한 숙고와 혁신, 이 모든 걸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작곡가 개인이나 단체의 발표회에 억지 춘향식으로 끌려와 오브리로 하는 연주가 아니라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6월 30일 화요일, 삼모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노 온과 박정양, 김자현, 장민호, 홍승기 작곡가의 만남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들의 공동작업, 협업의 정석을 보여주며 향후 더욱 밝은 미래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확이 넘친 음악회였다.

음악회 전체 출연진들과 기념사진

박정양의 <아리랑 변주곡 I>은 바로크부터 낭만파까지 서양의 대표적 작곡가들의 기법과 양식을 활용, 주제와 11개의 변주로 되어있는 피아노 변주곡이다. 우리나라의 대표민요인 아리랑을 변주곡의 주제로 선택하여 쇼팽, 슈만, 바흐가 나온다. 각각의 작곡가들이 빙의한 듯, 마치 4번에서는 쇼팽이 자신의 녹턴처럼, 5번에서는 슈만이 자신의 <카니발>에서의 '랑데부'처럼 저 대가들이 아리랑을 주제로 변주곡을 썼다면 이럴 거라는 가상을 충족시켜준다. 빅데이터를 통한 자료수집으로 최상의 가상 모듈이 탄생하는 격인데 그게 컴퓨터가 아니라 작곡가 박정양, 즉 사람을 통해 11개가 창출되었다는 게 경이롭다. 그만큼 작곡가가 곡에 대한 학습과 이해, 서양 고전음악에 대한 박식함과 축적한 학문적 성과이기도 하다. 익숙한 이디엄들의 재사용일 수도 있지만 보편성을 간직한 채 작가적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대가만의 노련함이다. 달리 비유하면 같은 양파와 배추지만 요리사가 누구냐에 따라 아무리 익숙한 짜장면이나 김치라도 맛이 천양지차이다. 그게 명품이자 요리사의 클래스(Class)다.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동명의 소설을 읽고 음악으로 옮긴 김자현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한편의 수필이다. 인상파음악의 한 대목 같이 그리고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같이 김자현의 손끝으로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해안과 풍경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며 그 안에 담담히 스토리텔링화 된다. 확실히 현시대는 추상적이고 구조적인 접근보다 시각적인 연출에 음악들이 특화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한편의 영화나 장면에 삽입되면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미니멀 기법으로 쓴 김자현의 네 손을 위한 <점진적 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듣자마자 점진적 변화라고 무릎을 쳤다. 제목 그대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두 음의 교차와 변박은 공간적인 변화와 원근법을 충족시켜 사람을 한 공간에서 '들었다 놨다' 반복시켰다. 암전 된 상태의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한 무리의 박쥐가 소리도 없이 음속으로 보이지도 않은 먼 곳에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래서 현대인에 내재된 엄습한 불안이 가속화된다.

작곡가 김자현(오른쪽)과 그녀의 작품인 <점진적인 변화>를 연주한 최민혜(맨 좌측) & 유지현(중앙) 피아니스트

극음악에 바탕을 둔 서정적인 1부와 스윙풍으로 변형된 2부가 어우러진 세련된 악풍의 장민호의 <눈이 내리네>는 시각적 이미지를 충족시키는 뉴미디어 음악의 한 단면을 증명한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작은 시골마을의 중앙광장에서의 성냥팔이소녀의 소망, 아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연말의 분주한 명동 한 복판에서 무리 속의 한 소녀의 기도를 통해 장면이 전후로 나뉜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다. 장면이 전환된다. 순식간에 무대는 아이들의 신나는 눈싸움과 연인들의 행복한 입맞춤과 포옹으로 은혜가 넘친다.

홍승기의 <흩뿌려진 상념들>은 작곡가가 자신이 배우고 익힌 유럽의 현대음악에서 탈피, 어떻게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탄생한 첫 번째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학계에서의 인정과 대학교수로서의 취직 다음엔 음악을 듣는 소비자와의 교류와 소통으로 관심사가 바뀌고 확대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작곡가라면 그래야 되는 수순이다. 거기서 박정양에서처럼 농축되고 숙성된 작가정신과 기법이 꽃을 피우고 예술성이 뛰어나면서 피아니스트의 현실적인 연주력과 기교 그리고 접근성이 밑받침되는 작품들이 창출되는 것이다. 작곡가가 제시한 6개의 제목은 그저 하나의 키워드에 불과하고 이 안에 후기 낭만파적인 선율과 화음이 작가만의 해석과 가공으로 지극히 감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홍승기만의 스타일을 제시한다.

피아니스트 이혜경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음악감독이자 리더인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양수아, 김효진, 유지현, 최민혜 그리고 문보미 여섯 명의 피아니스트들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곡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완성도 높은 연주력을 선보여줘서 작곡가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연주자가 작품을 사랑하고 그 마음이 연주에 듬뿍 묻혀 전달되니 궁극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 청자가 만족하고 우리는 음악의 위대한 힘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직무를 다한셈이다. 음악회 자체가 격조 있고 수준 높았다. 거기에는 작곡가, 연주자, 청중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한 사회자 김홍국의 역할도 지대하다. 자신을 어필하고 억지로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해박한 지식과 중후함으로 음악회 본 목적에 충실한, 행사의 취지를 잘 파악한, 원숙한 진행이었다. 오늘 음악회를 끝으로 당분간 개인 사정으로 음악회에서 김홍국의 명품 사회와 해설을 보지 못해 아쉽기 그지없다.

좌로부터 작곡가 장민호,사회를 맡은 평론가 김홍국, 작곡가 박정양, 음악비평가 탁계석,피아노 온의 음악감독 중앙대학교 이혜경 교수,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김자현 그리고 작곡가 홍승기

<완숙>과 <협업>, 오늘의 음악회를 단 두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그랬다. 심지어 음악회 온 관객들도 음악에 관한, 음악회에 관한 체험이 많은 분들이니 다들 협업하면서 음악회를 만들어내고 앞으로의 피아노 온의 숙원사업인 음반 출시에 희망을 보았다. 멀리 안동에서, 멀리 전주에서 그리고 수원, 인천, 용인에서 매주 서울로 오는 연주자들의 그 열정과 수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치하하고 감사를 전한다. 16년, 아니 17년 피아노 온의 역사에서 첫 음반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 음반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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