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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詩笑 시소] 성장통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6.29 10:07
  • 수정 2020.06.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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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꾼다.
꿈에서 깨어나 어른 흉내를 내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뿐 아직 어른이 아니다.

 

 

성장통   마 혜 경

 

 

주머니에 시간을 넣는다

구멍으로 모래가 떨어지고 쌓여서 시간이 된다

떨어진 시간은 모래가 된다

모래는 뒤집으면 시간이 되지만

시간은 뒤집을 수 없고

주머니에 꽂은 두 손은 떨어지지 않은 채

아이는 무사히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이는 어른이 아닐 때가 많다

침을 뱉고 어른 흉내를 내지만

아주 가끔 어른일 뿐이다

사람들이 모래처럼 떨어질 때

누군가는 시침으로 지팡이를 만들고

아이는 꿈을 꾼다

떨어질 때마다 키가 크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모래도 시간도 구멍으로 떨어지지만

구멍은 떨어지지 않고

주머니 안의 손은 떨어지는 것을 방관한 죄로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기침을 하고 담배를

성인용품을 구경하고 또 담배를

 이 모든 웃음거리가 떨어질 때

더 이상 꿈에서 떨어지지 않고

어른은 아이처럼 키가 작아진다

아픔이 성장이 되다 ⓒ마혜경
아픔이 성장이다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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