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 10 ] 체왕 롯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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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 10 ] 체왕 롯지
  • 김홍성
    김홍성 ktmwind@naver.com
  • 승인 2020.07.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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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를 이겨서 따독따독 손으로 빚은 부뚜막이 예술이었다. 아궁이며 화덕 구멍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소박하게 만들었다. 부뚜막 위 천정에는 시렁을 매달아 장작들을 가지런히 쌓아두었고 벽의 선반에 진열한 양은 컵이나 양철 접시 같은 주방 용기들은 잘 닦아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룽따가 펄럭이는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았다. ⓒ김홍성 

 

동트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마을에 나가 여기저기 어슬렁거렸다. 네팔의 일람 쪽으로 통하는 골목길에는 새벽부터 옥수수단을 머리에 인 남자들이 지나갔다. 마을의 한 노파는 향로에 숯불을 피워 창 밖에 걸어 놓고 향나무를 올려 연기를 피웠다. 자못 경건한 모습이었다. 뭉클뭉클 피어나는 향연에서 새로운 하루가 느껴졌다.

 

8시 조바리 마을을 출발, 40분 정도 걸어 갈리바스(2621m) 언덕에  도착했다. ‘갈리바스대나무골의 뜻이라는데 대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서너 채의 찻집이 늘어서 있었다. 맨 끝 찻집 마당에서 두 여인이 나란히 앉아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까맣고 토실토실한 강아지들도 나른하게 앉아 하품을 했다.

 

이곳 산닥푸 일대의 개는 충성스럽고 용맹하다는 얘기를 여인들로부터 들었다. 양지바른 비탈에는 라리구라스 묘목 밭이 있었다. 어린 묘목들을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밭두렁에 햇빛 가리개를 해놓아 우리나라 인삼밭 같았다.

 

갈리바스에서 두 시간 쯤 급경사를 오르니 이야까따 마을이 나왔다. 구멍가게 앞 양지 바른 마당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머리카락을 헤치며 이를 잡고 있었다. 가게 주인들이었다. 급경사를 오르느라 땀을 많이 흘려 목이 말랐는데 가게 안에서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났다.  한 사발 마시고 싶다는 시늉을 했더니 한 여성이 일어서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안은 바로 부엌이었다. 황토를 이겨서 따독따독 손으로 빚은 부뚜막이 예술이었다. 아궁이며 화덕 구멍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소박하게 만들었다. 부뚜막 위 천정에는 시렁을 매달아 장작들을 가지런히 쌓아두었고 벽의 선반에 진열한 양은 컵이나 양철 접시 같은 주방 용기들은 잘 닦아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막걸리는 선반 밑 플라스틱 말통에  가득 들어 있었다.  금방 걸러서 담아놓은 듯 했다. 

 

가난하지만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임이 느껴졌다. 그런 사람들이 빚은 옥수수 막걸리를 커다란 양철 컵으로 한 잔 마셨다. 더 마시고 싶을 만큼 맛이 좋았지만 참았다. 이곳 까이야까따 마을의 아랫길은 도드레이라는 마을을 거쳐 림빅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이었다.

 

해발 3000미터에 오르니 그늘진 곳에는 발목이 빠질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다. 잠시 후 탑과 룽따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검은 연못이라는 뜻의 칼리 포카리에 도착했다. 검은 물이 고인 연못가에 고목이 한 그루 서있었다. 연못가에 지붕을 양철 슬레이트로 덮은 목조 가옥도 한 채 있었다. 주인은 없고 빈 집 뒤 푸른 하늘로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서고 있었다.

 

칼리포카리 마을의 주막집인 셀파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는 조바리에서 만났던 중년층 영국인들이 먼저 와 있었다. 그들 5명은 일인당 하루에 50달러씩 내는 열흘 일정의 패키지 트레킹 중이라고 했다. 포터 7, 1, 가이드 1명이 그들을 따라다녔다. 포터들은 야영 장비와 식량, 취사도구 외에 세숫대야, 접는 의자, 접는 식탁까지 짊어지고 다녔다.

 

칼리 포카리의 해발 고도는 3108미터. 산닥푸는 해발 3606미터다. 산닥푸까지 8킬로미터 밖에 안 남았지만 고소 적응을 위해 쉬기로 했다. 마을 맨 위에 있는 호텔 체왕 롯지(Chewang Lodge)에서 배낭을 내렸다. 집 앞 언덕에서 초록색 룽따가 펄럭이는 체왕 롯지는 티베탄 남매 셋이 운영했다. 티베탄 남매들이 서로 도와 가며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막내 체왕은 큰 절에서 스님 되는 공부 중에 방학을 맞아 누나들을 도우러 왔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어느새 캄캄해졌다. 어둠 속에서 무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창문이 덜커덩거렸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보니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은하수도 선명했다. 옆방에서는 누군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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