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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흐름! '개콘'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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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김대희, 신봉선, 허경환, 양상국, 김원효, 박성호, 박성광...무려 21년간 국민들을 웃고 울린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걸출한 개그맨들이다. 6월 26일 방송된 <개콘>는 최종회에는 그동안 프로그램을 빛낸 희극인 선후배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여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다. 종영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KBS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 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시청률 저조가 원인이었다. 폐지설까지 거론되다가 그나마 '휴식기'라는 이름으로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겨 놓은게 다행이지만 방송가의 특성상 기약 없는 이별에 가깝다. <개콘>의 등장으로 시작된 공개 코미디의 포맷이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비슷한 구성으로 다시 부활한다? 죽은 자식 oo 만지기다.

개그콘서트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전 출연진들이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개그맨 허경환 인스타그램

<개그콘서트>는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한국 코미디 장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군림했다. 전성기에는 시청률 20~30%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필자가 군대에 있던 21세기 초반, 개콘이 방영되는 일요일 저녁에는 모든 부대원들이 점호 전에 한자리에 각잡고 앉아 같이 시청이 허용된 유일한 텔레비젼 프로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기를 기점으로 <개콘>은 간판 스타들의 이탈, 소재 고갈, 관찰예능과 유튜브 전성시대 등 방송환경과 트렌드의 변화 속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청률 하락으로 방송편성 시간대가 몇 번이나 변경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현장 관객 수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전 녹화를 통한 콩트나 스튜디오 토크로 대체되는 사실상 공개 코미디로서의 장점, 즉 실연에서 오는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이란 매력을 잃어버려 수명을 단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콘>을 끝으로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라고 할 만한 프로그램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작 tvN에서 방송 중인 <코미디 빅리그> 정도가 명맥을 잇고 있을뿐 존재감이 미약하다.

199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던 <유머1번지>, <웃으면 복이와요> 같이 스튜디오 사전 녹화를 통한 콩트 프로그램들이 현장감을 중시하는 공개 코미디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이 <개콘>의 몰락 역시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다. 콩트 전에는 유랑극단, 서커스 등의 만담꾼, 슬랩스틱이 있었다. OTT 서비스의 등장과 모바일-유튜브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옛것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심리상 유튜브에서 과거의 코메디나 드라마를 찾아서 한번 감상해보면 어느정도까지는 과거의 추억에 젖어 소구하지만 일정 유효기간이 지나면 지루할 정도의 답답한 전개와 철지난 감각이나 기법이 <고전>으로서의 위치만 확인시켜주고 가치를 지닐 뿐이지 화제성과 대중성, 소비성을 지속 할 수 없음이 증명되고 있다.

사진 갈무리: KBS COMEDY, 크큭티비 유튜브

여러 가지 구조적 제약이나 비용 문제가 큰 방송에 비하여,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자유로운 포맷이 가능하니 현재의 트랜드가 그쪽으로 옮겨졌다. 즉 <개콘>의 중단은 전통적인 공개 코미디라는 '포맷의 쇠락'일 뿐 코미디 장르 자체의 인기나 수요는 여전하다. 콩트나 인기작 패러디를 유튜브-모바일 포맷에 맞게 '숏폼'이란 형식으로 드라마형 코미디 제작이 주목 받고 있다. JTBC가 론칭을 준비중인 새 예능 <장르만 코미디>는 다양한 드라마, 쇼, 웹툰, 뮤지컬, 가요 등의 장르를 코미디와 결합한 이른바 '코미디 버라이어티'를 시도한다고 밝혔다. 이런 형식은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유머1번지>나 <해피선데이>, <테마극장>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요 퍼포먼스나 토크쇼를 가미한다거나, 쇼 버라이어티 안에 코미디 코너가 등장하는 등의 시도를 한것과 같은 영역간의 교차와 리메이크다. 

코미디언 이용식이 ‘개그콘서트’ 폐지설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출처: 이용식 SNS

'창조적 파괴'와 '시대적 선도와 흐름'이라는 명제 하에 끊임없는 변화는 생물의 속성이다. 기존의 생태계에 젖어들어 타성에 젖고 수구화가 되면 외면받게 된다. <개콘>이 폐지되니 그걸 막기위해 데모를 하고 1인시위를 하며 눈물로 호소하는건 감성적이다. 선배의 그 마음이 고맙고 존경스럽지만 19세기 후반 '죽어도 머리는 깎을 수 없다고 외치며 우리네 고장에는 시커먼 기차 같은 요물이 들어올 수 없다'고 극렬하게 항의한 기개 높은 양반들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한다. 모든 장르 자체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역동적으로 진화되고 여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TV를 틀면 나오는 비슷비슷한 관찰 예능이나 똑같은 출연자들만 나온다. TV만 틀면 트로트 타령이다. '적당히' 우러 먹어야 되는데 지금처럼 된다면 식상함을 가속화 할 뿐이다. 물론 몇명은 이때다 싶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한탕 수확을 크게 거두겠지만 몇년 후 분명 다른 유행이 돌아올건데 지금 트로트가 열풍이라고 트로트만 파고 3-4년 후 인기가 없다고 베짱이 지난 여름 하소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장르적 다양성이 위축되는 요즘 위기가 기회이자 지금도 우리 눈 앞에 블루오션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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