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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67] 콘서트 프리뷰: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27 09:41
  • 수정 2020.06.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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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삼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피아노 온의 한국창작피아노곡 발표회

가곡이나 합창곡 같은 가사가 있는 인성 음악, 작곡가들끼리 모여 그들의 잣대로 선발한 작품들만 7-8곡 모아 발표하는 구 시대적인 협회, 악회, 포럼 류의 음악회, 지원금이나 기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 이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하곤 한국 창작 클래식 작품들이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술성과 시장성이 선곡과 연주의 기준이 되어야 되는데 어차피 돈 내고 오는 유료 관객은 드무니 시장성은 물 건너 갔고 연주자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런 자율성과 학습 능력을 가진 연주자는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어렵고 복잡한 현대곡보다 당연히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곡할 것이니 무명 작곡가의 창작곡은 밀려난다. 창작곡이 포함된 독주회의 이력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도면 연주자와 작곡가가 학연이나 지연, 혈연 또는 직장 관계 등으로 얽혀 있는 아는 사람 관계에 의한 선택이란 것도 알 수 있다. 예술작품의 선택도 상거래 유통인데 물건이 좋다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요, 입소문 마케팅이 통용되는 것도 아니요, 아예 귀 막고 눈 막고 관심도 없으면서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유일한 비정상적인 세계가 클래식 음악계라 할 수 있다. 이런 판국에 인성곡도 아닌 순수 기악곡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연주되는 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아직 극소수지만 서술한 관계가 아닌 그저 작품만 보고 찾아주고 탐구하려는 미적 호기심과 책임감이 강한 예술가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수십 년간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앙대학교 기악과 교수인 피아니스트 이혜경과 그가 이끌고 있는 피아노 온이 6월 30일 화요일,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창작 피아노 작품 7곡을 선별 - Contemporary Classic이라는 제목하에 프로그램을 구성, 삼모아트센터에서 발표회를 갖는다.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삼육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이자 통합예술학과장인 박정양, 세련되고 감각적인 악풍의 상명대학교 교수 장민호, 오스트리아 빈의 우아함과 프랑스 에스프리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소화해서 표출하는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홍승기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의 작곡에서 탈피한 새로운 콘서트 문화를 열어가고 있는 21세기 학번 작곡가 김자현, 이들의 피아노 솔로곡과 네 손을 위한 작품들이 재초연된다. 작곡가들 면면만 보더라도 학연이나 출강학교 전임교수와 강사들 같은 줄세우기가 아닌 뚜렷한 음악적 철학과 소신을 가진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악풍과 스타일의 집합이다. 이 관계가 지속되고 발전되면 사조와 악파가 형성되는 것이다. 후대의 음악학자들은 그렇게 기록하리.

피아노 온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창작피아노 작품의 레퍼토리화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저 어렵기만 하고 <작곡을 위한 작곡> 그래서 발표를 위해 쓰고 작곡가 자신도 내팽겨버리고 공개를 꺼리는 그런 작품 을 거르고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성이 뛰어나면서 피아니스트의 현실적인 연주력과 기교 그리고 접근성이 밑받침되는 작품을 발굴, 꾸준한 무대화로 숙성의 기간을 거친 후 음반으로 녹음, 기록물로서 보존하는 길이다. 악보와 음반은 현 비주얼 영상 시대에 더군다나 시간예술인 음악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버렸으니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선발되고 녹음된 작품은 아카이브(archive)되어 후대에 전달된다. 그럼 곡을 찾고 연주하려는 사람들에게 표준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회가 그 시도를 위한 첫 번째 발자국인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2-3번의 발표회와 추가로 다른 작곡가들 접촉을 시도한다고 하니 어떤 작품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훌륭하고 모범적인 연주와 해석으로 녹음 작업에 삽입될지 기대된다.

창작곡에 대한 애정과 보급이라는 시대정신을 가진 연주자의 위촉이 지속적인 창작곡 발표의 자양분이다. 연주자가 존재하는 건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다. 보존과 계승은 연주자의 막중한 숙명이며 책임이다. 한국에 이렇게 지원금이나 운영비 지급을 위한 수단 말고 창작곡에 깊은 관심과 사명을 가지고 위촉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가. 그래도 이혜경이란 피아니스트가 있어 한국 음악계가 자존심을 세우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녀의 제자들인 중앙대학교 출신 피아노 온(Piano On) 멤버들, 양수아, 김효진, 유지현, 최민혜, 그리고 문보미 피아니스트와 함께 동행한다.

관객들은 다 처음 듣는 곡일텐데 연주자가 무대에 나와 인사하고 치고 들어가는 무미건조한 형태론 의미전달이 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1000회 이상의 공식 행사에서 사회를 맡고 TBS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문화평론가 김홍국 박사가 사회자 겸 해설자로 나서 무대와 객석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일종의 토크콘서트가 될 터.. 작곡가들에겐 곡에 대한 설명을, 연주자에겐 곡을 연주했을 때의 느낌을, 청중들에겐 들은 곡에 대한 소감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그게 바로 소통이자 곡이 살고 연주자가 보람을 느끼는 길이 될 거다. 피드백 없는 음악회는 적막강산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타인과 정서적으로 교류하지 못하는 삶은 너무나 고독하고 적막하다'라고 말한 유시민 작가가 옳다. 마지막으로 삶과 음악을 알 수 있는 피아니스트 이혜경의 인터뷰 영상을 첨부한다. 6월 30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왕성교회 인근의 삼모아트센터에서 흩뿌려진 상념들이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아침 그리고 저녁 내내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울리는 한국 창작 클래식 음악의 마당에 함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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