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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詩笑 시소]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마혜경 시인
  • 입력 2020.06.25 11:47
  • 수정 2020.06.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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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 .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마 혜 경

 

나는 평범한 날, 개로 태어났다

비싼 사료 구경은 못해봤고

먹다 남은 음식이나 상한 것들이 나를 키워냈다

병식이 어머니가 값을 정하고

아버지가 때가 됐다고 하자

햇살 좋은 어느 날, 화성 오일장에 나가게 되었다

세상은 녹슨 철망이 덧칠 되어 있었고

그 뒤로 다양한 신발들이 오고 갔다

그것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침묵으로 고요했다

안과 밖의 기준을 찾고 있을 즈음,

얼굴에 철조망이 겹쳐진 두 사람이 보였다

이쪽에서 신기해했더니

신기한 표정이 돌아왔고

그들은 주저하듯 곧 네 개의 무릎을 펴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장난감보다 싸, 삼만 원.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낯익은 눈동자에 흰 꼬리를 깃발처럼 날리는 것.

 

가족이 된 곰순이
가족이 된 곰순이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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