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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1004)섬, 그 어느 섬에서 만난 천사(天使) '신안새우난초'

노영대 작가
  • 입력 2020.06.19 21:46
  • 수정 2020.06.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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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생난초, 특히 새우난초에 빠졌었는데....
- 새우난초들과는 격이 다른 신종 '신안새우난초'를 만나다.

남북한 모두 합치면 자생난초 100여종. 그 난초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다.

처음에는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개불란)을, 그리고 털복주머니란, 해오라비난초를 찾았다. 그러다가 제주도 한란을 찾아 2년여 상주했었다. 한란이 병충해로 꽃을 피지 못하는 현상을 살펴 마침내 꽃을 필 수 있게 되었고...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다른 난초들을 찾아다녔다. 제주도에는 자생난초 약 60%가 이 섬에 있다. 한마디로 제주도는 자생난초의 메카인 셈이다.

탐라란, 금자란, 한라새둥지란, 죽백란, 지네발란, 풍란, 영아리난초, 두잎약난초, 약난초, 한라천마, 대흥란, 사천란, 제주무엽란, 의름난초, 차걸이난초, 한라옥잠난초 등을 만났다.

특히, 사라지긴 직전인 소란을 찾아 만난 것은 더욱 의미있는 일. 사라져갈 뻔한 생물종을 다시 증식하고 자생지에 복원하는 일은 생물자원을 지킨다는 것은 바로 매우 중요한 사업.  

제주도에서 만난 난초가운데 새우난초만큼이나 나에게는 아주 매력을 안겨준 난초는 없었다.

제주도 한라산 숲에서 새우난초를 만났을 때, 꽃색의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등식물인 난초의 변신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번식의 전략은 놀라움 그 자체다. 특히, 새우난초는 돌연히 나타날 자연잡종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난초다. 입술꽃잎(순판)은 매개곤충을 부르는 착륙활주로다. 매개곤충은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다른 새우난초의 암술에게 묻혀준다. 씨앗을 맺게 해주는 역할을 곤충은 중매(매개)한다. 그러기 위해 새우난초는 매개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멋진, 그리고 착륙이 편리하게 착륙용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 색깔로도, 기능으로도, 게다가 향기까지 공사(?)를 해야한다. 7천여년 동안 이들은 계속 혁신을 해왔다. 혁신은 진화의 다른 이름이다.

어쨌거나 새우난초의 혁신 덕으로 나는 매해 봄마다 호사를 누리고 있다.

새우난초는 대중들에게 쉽게 키울 수 있어 좋고, 원예가들에게는 다양한 신품종을 육종할 수 있어 좋은 난초다. 춘란(보춘화), 한란같은 고품격의 난초는 오래 전부터 선비(?)들이 애호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애란가들 사이에서 새우난초류를 새로운 '애란 장르'로 시작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우난초 다음에 금새우난초를 찾았다. 사려니숲을 찾았다. 그 곳은 희귀한 자생난초 자생지로 유명한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난대, 아열대식물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이 시험림의 깊숙한 곳에서 금새우난초을 만났다. 두 달넘게 금새우난초의 성장 모습을 살펴보았다. 금새우난초는 이름그대로 꽃색깔이 금빛이다. 입술꽃잎도, 등꽃받침도, 곁꽃받침도, 그리고 꽃술대도 모두 금빛이다. 그렇다. 금새우난초와 새우난초의 유전자가 합처져 나중에는 '큰새우난초'를 탄생시킬 바탕이 되는 것이다. 

큰새우난초를 살폈다. 금새우난초와 새우난초의 장단점을 고루 갖고 태어난 덩치도 크지만, 꽃색의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흰색, 노란색, 연록색, 주황색, .... 어느 꽃색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매개곤충을 위한 착륙용 활주로는 입술꽃잎이다. 꽃의 유혹은 색깔과 기능을 다해 최상의 결과물이다. 매개의 보상도 풍부하다. 그래야 결실을 얻을 수있다. 난초들의 결실(씨앗) 수는 수백에서 수백만개나 된다. 남는 장사다. 이 고등식물의 고등전략!  

 고등식물이 다 그렇지만, 큰새우난초의 또다른 번식방식은 씨앗만이 아니다. 땅속의 염주처럼 생긴 위인경은 해마다 한 개씩 옆으로 늘어나 또 다른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 천재다. 

새우난초는 왜 새우난초일까? 바로 염주처럼 생겨 옆으로 자라는 모습이 굽은 '새우의 등'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곧 새우난초다.

그런데 어느날 귀한 정보가 들렸다. 도감에도 없는, 그리고 자취를 감춰 이름만 듣던 '신안새우난초' 정보를 듣게 되었다. 신안새우난초는 1990년대 초 흑산도 숲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가 남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1996년 신안군 공무원이자 자연생태전문가인 고경남선생이 한 섬에서 다시 발견, 2003년에 학계에 보고됐다. 고선생의 자문을 받아 나는 한 섬을 찾았다. 그 험한 자생지를 당도했고 신안새우난초를 만났다. 탄성이 저절로 났다. 기존의 새우난초와는 격이 달랐다. 향기도 높았다. "대대손손 생생불식하기를 기원합니다"하고 큰 절을 했다. 이 난초가 멸종위기에 빠질 것같아 큰 걱정을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7년 환경부는 멸종위기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안새우난초는 증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신안새우난초가 있는 섬에는 또 다른 신종 '다도새우난초'도 발견, 학계에 보고. 아직 도감에는 올라와 있지는 않은 상태. 다음 기회에 '다도새우난초'의 모습도 글과 함께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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