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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ussian Night

김홍성
  • 입력 2020.12.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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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고통이 끝나자마자 빗소리가 들려왔소

오해 마시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빗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삶이 계속된다는 거외다

A Russian Night도 그렇게 이어졌소

기나긴 박수갈채가 빗소리처럼 이어졌소

퇴장했던 피아니스트 Hélène Grimaud는 세 번이나 다시 나왔소

지휘자 Claudio Abbado도 다시 나왔고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일어서서 박수갈채에 답례했소

모두가 살아서 황홀했던 밤

A Russian Night 는 그렇게 이어졌소.

박수갈채 같은 빗소리가 하염없이 이어지면

이 숲에서 퇴장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돌아온다오.

고통을 견디다가 지쳐서 죽은 사람

고통을 피해서 달아났던 사람

고통을 지휘했던 사람까지 다 모여서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오

누구는 갈등, 누구는 비애, 누구는 원한, 누구는 탄식

저마다 하나씩 차지한 고통의 악기를

비비고 불고 퉁기고 두드린다오

촛불 하나 없는 이 숲 속의 오두막에서도

A Russian Night는 그렇게 이어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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