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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흘리는 눈물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15 13:33
  • 수정 2020.06.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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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7년차의 끝내기 결승타로 기나긴 18연패 끊은 한화
승리 후 터진 치어리더의 눈물, 보문산 정상에 휘날리는 이글스 깃발

18연패를 끊은 건 김태균의 한 방도, 주장 이용규의 발도 아니였다. 2014년에 계약금 3000만원으로 입단한 한화에서 2군을 전전했고, 지금까지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고 뛰는 '무명 7년차' 노태형(25)은 생애 첫 1군 콜업 25일 만에 한화를 19연패의 벼랑 앞에서 구한 끝내기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18연패를 끊은 결승타를 치고 기뻐하는 노태형 선수, 사진 제공: 연합뉴스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3루. 2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볼카운트에서 두산 투수 함덕주의 6구째를 타격했다. 상대팀 유격수(김재호)가 혼신을 다한 푸트워크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공은 글러브 아래로 빠져나가면서 7-6.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이틀에 걸쳐 치뤄진 경기는 홈 팀의 승리로 결정되자 1루쪽 덕아웃이 폭발했다. 잔뜩 응어리진 함성이 터졌다. 모두가 쏟아져나와 만세 부르고, 끌어안고, 뒹굴며 마음껏 소리지르면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과 같았다. 무려 22일간의 치욕의 패배기간이 이것으로 끝났다.  

KBSN Sports 중계화면, SBS 스포츠머그 사진 갈무리

이글스 파크 전광판에는 '득점'이라는 글자가 번쩍였으며 중계방송하던 KBSN Sports는 '한화 이글스 18연패 탈출.'이라고 한 줄 자막을 내보냈다. 야구장이 한 눈에 보이는 보문산 정상, 대전과 이글스의 성지와도 같은 해발 400m 보문산 정상에 깃발이 하나 올라왔고 야구장 위에서 목이 터져라 한화를 외친 고작 3개의 이글스 깃발은 당당하게 기세있게 흔들렸다. 고작 3개였으나 마치 3만개 같았다. 텅빈 응원석에 혼신을 다해 응원하던 치어리더 김연정도 눈물을 훔쳤다. 7회만 되면 어디선가 육성 응원을 펼치고 있을 마리한화들의 승리다. 작년 어린이날, 끝내기 승리에 엉엉 울음을 터트린 9살 팬의 눈물을 잊어선 안된다. 30여년전, 원년 타이거즈 팬으로 선수들은 기억도 못할 수많은 경기 중의 하나를 패한 무등경기장 한켠에서 패배의 분으로 엉엉 눈물을 터트린 필자다. 어제 한화 팬들,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스포츠 팬들이 같은 심정이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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