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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61] Critique: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 III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14 13:51
  • 수정 2020.06.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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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토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베토벤

1번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 첫 출발, 봄, 희망찬 미래, 번영과 풍요로의 시동, 그중 베토벤의 교향곡 1번 만큼이나 교향곡의 역사를 포함, 서양 음악사 더 나아가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기념비적인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동 작곡가의 다른 양식의 1번 작품을 살펴보자. 피아노 소나타 1번 바단조나 피아노 트리오 내림마장조 아님 후대에 교향곡 만큼이나 큰 족적을 남기는 현악사중주의 1번 등이 가지는 상징성이 교향곡의 1번 만큼이나 크다 하지 결코 못한다. 이미 작곡가,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쌓은 베토벤의 머릿속에 이미 악상과 구상이 끝났을 교향곡 1번의 형상이 악보로 구체화되어 청중들을 만나게 된 건 베토벤이 당시 유럽의 평균 나이로 따지면 이미 장년에 접어든 30살이었다.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베토벤 지성과 작법의 총체다. 후대에 브람스의 1번 교향곡이 이와 비슷한 산고를 겪었을 뿐이다.

위풍당당, 베토벤의 교향곡 1번 만큼이나 신선미 넘치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

1악장 전주에서의 도입부 목관악기의 여운은 길고 장대하기만 한다. 좁은 데로 파고드는 게 아닌 미래지향적이며 넓고 멀리 떨어져 있는 긍정과 희망에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계보를 잇는 빈의 최고 음악가 반열에 오른 인정과 존중을 담은 대담함이다. 다장조지만 다장조의 화음이 아닌 4도화음의 속 7화음으로 시작하는 화음의 연속은 이 곡이 초연한 1800년 4월, 과거 18세기에 대한 고별이자 19세기에 대한 활짝 열린 대문이다. 4개의 악장 모두 생기 넘치고 발랄하면서 곳곳에 보이는 과감한 혁신과 젊음의 싱그러움이 진동한다. 1악장 2주제의 개파식 진행은 클래식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단아와 청아의 상징이요 2악장의 푸가는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다. 3악장의 북받쳐 오르는 환희의 미뉴에트는 3박자 한 마디가 원 비트일 정도니 이 속도로 춤을 추다간 땀 범벅에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이다. 4악장에 다시 서주가 등장한다. 하이든의 정통이리. 하지만 느린 서주 속에 여운은 여기 서도 길게 이어지며 단 하나의 스케일만 반복될 뿐이다. 그 하나 가지고 끈덕진 '동기 발전'의 전형과 우직함을 보여준다. 이 음계가 빠르게 변환되면서 지금까지 모아진 에너지가 폭발하며 4악장이지만 마치 하나가 전체요, 앞으로의 펼쳐질 위대한 베토벤의 업적을 알리는 1번 교향곡이 베토벤의 전주곡 역할을 한다. 베토벤 1번 교향곡은 그래서 유난히 지휘자 함신익과 닮았다. 베토벤의 환생같이 보이는 지휘자 함신익의 외모뿐만이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확실한 자부심, 음악에 대한 헌신과 열정, 혁신과 창조의 전령사라는 한국 음악계의 에너지 공급자인 함신익과 베토벤이 발산하는 창조적 에너지가 믿음과 확신을 심어준다.

베토벤과 함신익, 닮은꼴 2인방이 뿜어내는 창조적 삶의 에너지

여기에 2부에서 피아니스트 유영욱이 합류한다. 피아노협주곡 4번은 작곡 연대순으로 베토벤이 지은 네 번째 협주곡이라는 순서지만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에서는 진정한 1번과 같다. 이미 베토벤은 피아노협주곡 3번에서 고전적인 작법 안에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만큼 고전 피아노협주곡의 전형을 세웠다. 그런데 베토벤 일생일대의 위기이자 시련이 다가왔다. 바로 어렸을 때부터 앓아오던 귓병의 악화로 청각 상실에 이르게 된 것이다. 축구 선수에게 발이 사라지고 요리사가 미각을 잃듯, 작곡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만약 여기서 베토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좌절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하였더라면 인간 베토벤은 있을지언정, 악성 베토벤은 인류에 남아있지 않을 테다. 피아노협주곡 3번 그리고 앞의 교향곡 1번으로 실력 있는 고전파 작곡가 중의 한 사람으로 남아있을 테다. 하지만 잘 알려지다시피 베토벤은 유서를 북북 찢어버리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고 저항하고 극복했다. 운명의 가혹한 결정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 싸워 인간의 가치와 의지를 드높이고 환골탈퇴했다. 월광소나타, 발트슈타인 소나타,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5번 그리고 피아노협주곡 4번. 인간으로서의 역경을 초월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베토벤의 자신만의 진정한 독창적이면서 인류애를 담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작곡가로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5마디의 짧은 독주로 시작하는 4번 협주곡의 시작은 지금이야 감흥이 없지만 그 당시엔 충격과 공포였다. 마치 납골당의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는 듯한 2악장의 비극성은 어느새 3악장의 영롱한 발랄함으로 전환되어 자유롭게 활개 한다. 스케일과 동기 작법은 다시 교향곡 1번의 4악장을 듣는 듯 가벼우면서 경쾌하고 근면하다.

유영욱의 합류, 베토벤, 함신익, 유영욱, 공통분모 삼인방

세속의 번잡함을 초월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한 사람만이 터득한 경지가 펼쳐지며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들어낸다. 남이 가지 않고 하지 않은 시도를 베토벤이 개척해 나간다. 귀까지 먹은 베토벤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스레 내면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여기에 베토벤과 함신익 그리고 유영욱 닮은꼴 3인방이 노닌다. 이 시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의 공포와 포스트 코로나의 불안과 비관,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전하는 - 우리가 처해 있는 위기-에 자연의 다양성과 무궁무진함에 대한 찬배와 생명의 메시지다. 그렇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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