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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다한 숭고한 사명, 다이버 2명 구하고 숨진 해경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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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8시 30분쯤 통영 원평항에서 동료 19명과 출발한 뒤 홍도 인근 해상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던 중 높이 2~2.5m의 파도에 떠밀려 동굴로 밀려 들어갔다. 파도가 너무 쎄 자력으로 탈출이 힘든 상황이었다. 통영 인근 해상에서 다이버 2명이 조난당해 바위섬 동굴에 밀려나 있다는 신고를 접한 통영 해경 구조정은 쏜살같이 사고지점으로 향했다. 오후 3시 15분쯤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한 해상에 출동한 통영 해경 구조정과 마주 보고 있는 바위섬의 안쪽 동굴 안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파도가 높아 배는 바위섬에 가까이 붙기도, 중심을 잡기도 힘들 만큼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통영 해경과 장승포파출소 구조대는 배에서 동굴 쪽으로 구명줄을 던지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다. 줄 맨 앞에 부표가 달려 조류를 타고 동굴 안으로 구명줄이 들어가게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구명줄이 들어가지 않자 오후 4시 22분쯤 통영 해경 구조대 2명이 구명줄을 가지고 동굴 쪽으로 들어갔다. 동굴 내부에 장애물이 많을 것을 고려해 산소통 등 잠수장비를 갖추지 않고 수경과 잠수복, 오리발 등 간단한 장비만 갖춘 사실상 맨몸으로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동굴로 들어갔다.

지난 6일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구조작업 중인 통영해경 구조대원 2명(좌측과 중간)과 장승포 파출소 구조대 정호종(34·오른쪽) 순경, 사진 제공: 통영 해경

길이 12m, 폭은 1.5m, 높이은 수면에서 5~6m 정도 되는 공간으로 오싹하기만 하다. 시야도 확보되지 않아 암흑천지에 파도만 일렁거리고 바위에 부딪히는 찰싹 소리만 공포심을 더했다. 구조대 2명은 가까스로 동굴 안에 있던 A씨(41)와 B씨(31·여)를 만났다. 첫 구조는 실패했다. 구조대가 가져간 구명줄이 바위 등에 걸려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통영 해경 장승포 파출소 구조대 소속 정호종(34) 순경이 다른 구명줄을 가지고 같은 방식으로 동굴에 진입했지만 역시 바위 등에 걸려 움직이지 않자 A·B씨와 구조대 3명은 동굴 안에 함께 머물다 간조 때가 되면 빠져나오기로 했다.

6일 오후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던 A(41·남)씨와 B(31·여)씨가 동굴에 고립돼 해경이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던 A(41·남)씨와 B(31·여)씨가 동굴에 고립돼 해경이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해병 수색대 출신으로 지난해 1월 해경에 특채됀 정 순경이 탈진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었다. 7시간 넘게 동굴 안에서 버티던 통영해경 소속 구조대원 2명과 A·B씨는 7일 오전 1시 51분~2시 46분쯤 추가로 투입된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구조됐다. 하지만 정 순경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수심 약 12m 지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다이버 2명 구하고 자신은 숨진 통영해경 고 정호종 순경. 사진 제공: 통영 해경
다이버 2명 구하고 자신은 숨진 통영해경 고 정호종 순경. 사진 제공: 통영 해경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김모(35) 통영해경 구조대원(경장)은 “정 순경이 오랜 시간 입수와 구조작업 등으로 탈진 증세를 보인 상황에서 파도에 휩쓸렸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A씨와 B씨를 지켰다”고 말했다. 통영해경 장승포 파출소 관계자는 “정 순경은 늘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구조활동에 나서 동료들이 큰 기대를 가졌던 후배였다”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 직원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망 후 승격된 정호종 경장에 대한 영결식은 9일 오전 10시 30분 통영서울병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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