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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58] 콘서트 프리뷰: 함신익과 심포니 송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08 08:53
  • 수정 2020.06.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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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토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작품들로만 꾸며진 6월 13일 토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마스터즈시리즈 III-베토벤 페스티벌'에서는 교향곡 1번과 함께 피아니스트 유영욱이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6월 13일 토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

교향곡 1번은 첫 발자국이다. 고전주의는 양식에 맞춘 대량생산, 물량공세의 시대다. 하이든은 104개, 모차르트는 41개라는 교향곡을 남긴 반면 베토벤은 잘 알다시피 그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9개다. 또한 그의 나이 30세 때인 1800년에야 1번이 발표되었다. 그 당시 평균연령을 따져도 이미 장년을 넘은 나이에,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이미 수십 곡의 같은 제목으로의 작품들이 나왔을 나이에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로 베토벤은 교향곡이라는 이름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는 여기서 2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교향곡이라는 악식이 가진 의미다. 가장 많은 악기와 인원이 들어가고 편성도 크며 작곡가로서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정립할 수 있는 교향곡에 심사숙고를 통한 well-made의 지향이다. 이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음악가로서 입지를 다진 베토벤의 본격적인 출항이다. 서태지가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 어느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르고서야 본격적인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기 시작한 거와 비슷한 맥락이다.

둘째, 직업인, 고용인으로서의 예술가가 아닌 어디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기개와 신념을 가진 베토벤 개인의 성품이자 예술가의 위상을 드높인 베토벤의 성정이다. 베토벤 이전의 선배 작곡가들은 궁정이나 교회에 속한 급여를 받는 악사요, 고용인이었다. 매주 있는 교회의 미사나 행사를 위해 작곡을 하고 오르간을 켜며 성가대를 지휘하고 합창 연습을 시키면서 종교의식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 아님 왕이나 귀족의 여흥을 담당하면서 그들의 비위를 살펴야 했다. 그게 먹고사는 방편이자 직업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좋은 음악과 미적가치의 판단 기준은 얼마나 작곡된 곡이 그 목적이나 기능을 채우느냐 채우지 못하느냐였다. 무용곡이라 하면 무용의 기능을 들어내는 개념이어야 했고 궁정음악은 오락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다른 작곡가들이 주문을 받아 틀에 맞춰 생산을 했다면 베토벤은 한 작품, 한 작품 기존의 형식을 고수하되 독자적인 내용과 표현 양식을 추구하면서 음악의 기능적인 목적보다는 순수음악적 내용에 충실한 고전주의, 더 나아가 음악과 음악가의 위상을 정립한 거다. 그래서 그의 9개의 교향곡,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는 연대기별로 따라가기만 해도 인간 베토벤의 변화와 끊임없는 발전과 탐구, 새로운 가능성의 추구와 인류애에 대한 접근 등을 느낄 수 있다. 아직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1번에서 3번 '영웅'을 거쳐 귓병을 앓고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5번 '운명'과 6번 '전원' 그리고 모든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사의 위대한, 9번 교향곡 '합창'까지 열거만 해도 한 인간의 업적과 경이로운 창작활동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4번 피아노협주곡도 마찬가지다. '황제'라 불리는 5번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앞의 3개와는 다른 혁신과 파격의 상징은 4번이 교향곡의 1번과 같다. 1악장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오케스트라의 전주 없이 피아노가 곧바로 1주제를 연주하고 2악장은 관악기와 타악기를 뺀 피아노와 현악기만을 위한 '애가'와 같은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악장의 경쾌하고 발랄한 악풍은 '클래식'이라는 음악의 정결함과 영원 무구함이 발휘된 결정체이다.

협연자로 나서는 유영욱은 1998년 스페인 산탄데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독일 본에서 열린 국제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베토벤이 다시 태어나 피아노를 친다면 유영욱처럼 쳤을 것이다”라는 찬사를 받은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베토벤이었던 피아니스트다.

베토벤은 “나는 예술가요”라고 일갈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권력과 자본에 속한 고용인이 아닌 사회와 세상에 당당히 맞선 인간, 범인은 하지 못하는 예술로서 세상을 바꾸는 프런티어, 예술가의 꺾이지 않는 기개와 자존심을 보여주는 외침이다. 그 외침과 똑같은 울림이 바로 베토벤 음악이다. 그걸 되새기고 진정한 의미를 아는 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제대로 기리는 거다. 코로나의 공포에도 베토벤과 같은 예술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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