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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용 화살에 눈알이 박힌 길고양이 '모시'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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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머리에 알 수 없는 물체가 박힌 해 전북 군산시 신풍동 일대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발견되었다. 두부를 관통한 물체가 왼쪽 안구를 파고든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눈을 뜰 수 없는 상태의 고양이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캣맘들은 머리에 못과 같은 물체가 박혀 있다 해서 그 고양이를 '모시'라고 불렀다. 

멈추지 않는 동물학대(CG)  사진제공: 연합뉴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모시를 구조하기 위한 동물자유연대와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의 협력은 지난해 7월 21일 결실을 봤다. 이들 동물단체가 놓은 대형 포획 틀에 모시가 무사히 들어오자 서둘어 광주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작, 화살촉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뇌를 비껴갔지만 모시는 왼쪽 눈을 잃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머리에 박힌 물체는 못이 아니라 '브로드 헤드'라고 불리는 사냥용 화살에 달린 화살촉으로 날이 3개나 달려 동물 수렵용으로 쓰이는 것이다.동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화살촉 유통 경로를 역추적해 4개월 만에 유력 용의자 A(46)씨를 붙잡았다. 그는 사냥용 활을 이용해 브로드 헤드가 달린 화살을 모시에게 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고양이를 마당에서 내쫓으려고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가 작은 소리와 약간의 위협에도 쉽게 놀라 도망친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위험한 도구를 이용해 고양이를 겨냥한 피고인의 행위에 고의가 다분해 보인다"며 법원에 엄벌을 탄원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를 유죄로 볼 수 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몇백마리의 길고양이들을 끓는 솥에 넣어 죽이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 보란듯이 고양이를 죽여 나뭇가지 위에 매달아 놓고 돌보는 사람 가게 앞 구석에서 얌전히 자고 있는 고양이를 아무 이유 없이 벽과 바닥에 휘둘러 죽이는 인간의 포악함과 잔인함과 광기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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