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의 음악통신 255] 이 한 장의 음반: 손열음의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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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55] 이 한 장의 음반: 손열음의 슈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6.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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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MBC <놀면 뭐하니?>에 유재석, 유희열과 함께 출연,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전파하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대번에 오르는 위엄을 선보여 그때까지만 해도 표가 남아있었던 5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방송 출연 한 번으로 대번에 완판시킨 그녀! <크라이슬레리아나>, <환상곡>, <아라베스크> 등의 슈만의 곡들로만 이루어진 음반 발매 기념이자 <어린이 정경>까지 함께 슈만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슈만의 사랑과 열정, 내면의 세계를 손열음을 통해 들여다볼 절호의 기회였던 5월의 독주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취소되어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그걸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미리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오닉스에서 발매된 손열음 슈만 음반평.

오닉스에서 발매된 손열음의 슈만 앨범 표지

1. 환상곡

실황으로 제일 듣고 싶은 슈만의 곡 중 하나다.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실연주를 3-4번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2악장에서 틀리지 않는 경우를 아직까지 못 봤다. 괴악하기 그지없는 왼손의 도약과 정신없는 리듬으로 인한 슈만 특유의 광기의 분출, 최대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또박또박 맞게 쳐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숨 가쁜 몰아붙임으로 인해 2악장의 마지막은 카오스가 펼쳐지며 또 실황에서는 그런 기운에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빨려 들어가 서로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1악장 자체부터 젊음의 열기와 다면적인 낭만성이 표출되다 보니 1,2악장 자체를 하나로 엮어 구조적인 유기성을 유지하는 건 연주자로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게 3악장의 명상에서나 들어와야 가빴던 숨이 평온해지고 지극히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마라톤이 아닌 전력 질주다. 실황과는 다르게 앨범은 끊어서 부분부분 녹음 할 수 있는 장점이자 곡과 연주자의 흐름과 생동감이 끊긴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래서 녹음을 통해서는 곡의 난점을 알기 힘든 만큼 실황 또는 실연에서 오는 형언할 수 없는 폭풍우와 백팔번뇌를 체험하기 힘들다. 직접 제대로 슈만이 지시한 데로 피아노에 앉아 쳐본 사람은 공감할터, 치다가 가슴이 터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손열음의 슈만 음반 수록곡 목록

2. 크라이슬레리아나

앞의 환상곡과 함께 실황으로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기 힘든 슈만 작품 중의 하나다. 시시각각 바뀌면서 하나의 주제가 유기체로서 전체를 관통한다. 갑자기 시작하는 듯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의 첫 시작부터 이 어려운 작품을 손열음은 너무나 쉽게 요리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슈만의 편집증적인 분열증을 손열음은 지적이면서도 예리하게 표현하면서 마치 인생 다 산 듯한 초월감을 보여준다. 음반만 듣고 있으면 마치 두 사람이 번갈아 치는 듯하다.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가 번갈아 나타나지만 그 사람이 실상은 한 명인 것처럼 손열음 혼자 일인다역을 해낸다. 기쁨과 슬픔, 격렬함과 부드러움, 안정과 불안 등의 여러 감정이 교차하거나 한데 얽힌 상태로 슈만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다. 왜? 슈만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지극히 불안전한 정신구조로 하루에도 몇 번씩 상태가 변했으니까. 조울증과 집착, 플로레스탄와 오이제비우스의 혼합된 정신 분열의 음악이다. 광증(狂症)에 빠진 사람의 복잡한 구조의 음악, 청자와 작품의 감정이입과 몰입에서만 올 수 있는 무한의 상상력, 여러 공간이 입체적으로 숨가쁘게 펼쳐지는 음악을 손열음의 굳건한 구성력이 돋보인다.크라이슬레이아나 3번이 참 좋다. 슈만다워서 좋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광풍에 휩싸인다. 5번과 7번도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리고 좌절을 안겨준 망할 부점이 있는 8번은 어깨가 빠질 거 같고 손목이 아프다. 괴랄스럽다. 이따위로 적었으니 슈만도 손이 작살나고 피아니스트들이 어깨가 고장 안 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걸 아주 가볍고 술술 풀어제끼는 손열음의 연주가 경이롭기 그지없다. 7번은 미치듯이 빠르다. 듣고 있으면 라인강 아니 한강이라도 달려가서 빠지고 싶은 흥분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3. 아라베스크

앞의 두 곡에 비하면 소품(?)이다. 깔끔하고 담백하다. 당시 사교계의 돈 많고 영향력 있는 귀부인들에게 어필하고 사랑받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슈만 자신이 토로한 것처럼 <환상곡>이나 <크라이슬레리아나>처럼 다충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자기중심적이지 않다. '아라비아 풍의'라는 의미를 가지는 아라베스크는 원래 아랍의 공예품이나 건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초무늬를 뜻하지만 슈만이 처음으로 음악에도 이 단어로 제목을 붙였다. 아라비아와는 별 상관이 없다. 아랍의 문양이 연상되지도 않는다. 다만 아라베스크와 같은 단편들의 유기적인 체계를 파편의 연속으로 전개된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굿캐스팅>의 1회 끝부분인 에필로그에서 어두운 분위기에서 뭔가 흑막이 전개되는 듯한 비밀의 여인이 잠깐 모습을 보인 씬스틸러에서 배경음악으로 <아라베스크>의 2번째 e-minor가 깔린다. 제격이다.

코로나 여파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6월에 개최되는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4. 총평

한차례 취소되었던 독주회가 2020년 6월 23~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개최된다고 한다. 매진되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감염방지를 위해 취소했던 5월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손열음의 위 슈만 음반 수록곡에 '어린이 정경'이 더해있다. 전체적은 음반의 완성도가 너무 높다 보니 실황에서도 이와 똑같이 재연할 수 있을까 우려가 든다. 그게 또 음반과 실연, 녹음과 현장의 차이. 음반으로 미리 예열된 슈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실시간 연주에서 체험하고 비교하면 되리. 이번에는 부디 음악회가 취소되지 않고, 아니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어 손열음뿐만 아니라 더 이상 '취소와 연기' 통보 좀 그만 겪길. 한편 손열음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 앞서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김해서부문화센터(5월 28일), 강동아트센터(6월 20일), 천안예술의전당(6월 21일) 등이며, 울산은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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