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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스타박스 126] 홍수환의 4전5기, 3가지 비밀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05.29 07:47
  • 수정 2020.05.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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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1월26일 파나마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 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 홈 링인 카라스키야와 한국의 홍수환 선수가 맞붙었다.

경기 전 예상은 홍수환이 나이도 28살로 18살인 카라스키야보다 10살이나 많고, 멕시코의 자모라 선수와 WBA 밴텀급 세계타이틀매치를 KO로 빼앗기고, 리턴매치를 갖는 동안 2차례나 KO로 패했었기 때문에 불리하게 봤다.

카라스키야는 11번을 싸워서 모두 KO로 이겼다.

당시 주니어페더급에서 10전 이상을 싸워서 KO율 100퍼센트를 기록한 선수는 카라스키야가 유일했다.

WBA 주니어 페더급 초대타이틀 결정전을 갖기 전, 두 선수의 체중은 카라스키야가 55.3kg, 홍수환이 55.8kg으로 홍수환이 카라스키야 보다 500g이 더 무거웠다.

1라운드는 카라스키야가 맹공을 퍼부었고, 홍수환은 받아치기에 급급했으나 서로 상대 선수에게 데미지를 준 펀치는 거의 없었다.

2라운드부터 카라스키야가 강펀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1분14초 경 카라스키야의 레프트가 두 번 연속 홍수환의 턱을 가격하는 가 했더니 홍수환이 맥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홍수환은 당황하지 않고, 주심의 카운트를 듣다가 ‘카운트 8’에 일어섰다. 비록 8초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쓰러지자마자 일어난 것 보다는 나았다.

홍수환은 다운 당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일어나자마자 카라스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턱에 맞고 캔버스에 나뒹굴었다.

홍수환은 ‘카운트 5’에 벌떡 일어 선 후, ‘카운트 8’을 셀 때 까지 약 3초간 더 쉰 뒤 주심의 박스 소리를 듣자마자 카라스키야에게 덤볐으나 이번에는 오른쪽 훅을 복부에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복싱에서는 펀치를 얻어맞고 앞으로 쓰러지면 일어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면서 일어난 홍수환은 다시 카라스키야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카라스키야의 주먹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홍수환의 안면을 강타, 홍수환은 4번째 링 바닥에 나 뒹굴었다.

홍수환이 4번 다운을 당한 후 다시 일어나자 2라운드를 끝내는 공이 울렸다.

3라운드를 알리는 시작 공이 울리자 홍수환은 언제 내가 4번다운 당했었느냐는 듯이 방심한 카라스키야에게 달려들어 안면에 강력한 양 훅을 터트렸다.

카라스키야는 비틀거리며 로프 중단에 몸을 기댔고, 이 때 홍수환의 가공할 만한 레프트가 카라스키야의 턱에 작렬, 카라스키야는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3라운드 48초 만에 역전 KO 승이었다.

홍수환은 역전 KO승을 거뒀다.

홍수환이 프로복싱 역사에 남을 대 역전승을 거둘 수 있기까지는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틀 전 룰 미팅에서 ‘프리 녹다운 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원래 룰대로 ‘3 녹다운’제를 적용했다면 홍수환은 자동 KO패를 당해야 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카라스키야 측에서 프리 녹다운 제를 원해,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 한 선수가 아무리 다운을 많이 당하더라도 주심이 경기를 중지를 시키거나 세컨드가 수건을 던지지 않는 한 경기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룰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한 선수가 한 라운드에 3차례 다운을 당하면 자동 KO패를 당하도록 되어있었다.

두 번째는 아무리 프리녹다운 제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주심이 경기를 끝내면 바로 KO패가 선언된다. 그러나 그날 주심은 홍수환 편이었다.

홍수환은 중앙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영어회회를 배워 웬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타이틀 매치를 갖기 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주심과 마주치게 되어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주심이 홍수환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 하는 것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영상 출처= 한국복싱프로모션Korea Boxing Promotion 유튜브 채널)

셋째 파나마 미녀 마리아

마리아는 파나마의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그런데 마리아가 경기를 앞두고 홍수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해왔다. 워낙 호감이 가는 인상이라 홍수환도 몇 차례 만나줬는데, 마리아는 홍수환이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판정으로 물리치고 WBA 밴텀급 타이틀을 획득한 것과 자모라라는 숙적에게 두 번이나 패한 것 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열렬한 복싱 광이었다.

파나마가 영어권 나라고, 홍수환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세계타이틀 매치를 갖기 이틀 전, 마리아가 홍수환에게 적극적으로 유혹을 해와, 경기가 끝나고 보자며 거절을 했더니 자기를 무시한다며 마구 울기도 했다.

그런데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에게 2라운드에서 4번째 다운을 당한 후 일어나면서 우연히 관중석을 봤는데, 홍수환이 다운 당한 것을 보고 마리아가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환호를 하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카라스키야 측에서 의도적으로 보낸 미인계(美人計) 즉, 홍수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시켜서 체력을 소모시키려는 여성이었던 것이다.

홍수환은 2라운드가 끝난 후 코너로 돌아오면서 저 마리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카라스키야를 꼭 쓰러트려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마리아에 대한 복수심이 3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카라스키야에게 달려들어 양 훅을 작렬 시켜 역전 KO 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도 다.

그러나 아무리 프리녹다운제, 주심의 호의적인 경기운영 그리고 마리아에 대한 복수심이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에게 드라마 같은 대역전 KO 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홍수환이 세계타이틀전을 앞두고 훈련을 많이 해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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