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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탐방기: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5.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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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

조선왕조실록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단어들, '역병', '전염병'..... 어느 지방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몇 명이 죽었다는 문장들이 실록에도 수시로 올라올 정도로 바이러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할 인류와 동행하는 종자들이다. 하나를 정복해도 변종이 생기고 새로운 질병이 나와 인류를 위협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혼란과 어려움, 공포를 겪고 있는 2020년의 대한민국 한국인으로 우리 조상들은 역병에 어떻게 맞서고 극복했는지 지혜를 묻고 싶었다. 그래서 타임캡슐을 타고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고향, 조선으로 향했다.

6월 21일까지 국립중방박물관에서 열리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

다음 달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2실에서 진행되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를 보러 가기 위해 이촌역에 내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지하 도로를 걸으니 조용하면서 은은하게 나오는 국악의 향기가 풍취를 더해줬다. 시끄러운 호객꾼의 목청이 아닌 조선, 과거로 인도하는 전주곡(Prelude)의 상냥한 풍취가 5월의 봄바람과 아름다운 햇살까지 더해 설렘과 함께 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코로나만 없다면 지금이 천국일진데...국립중앙박물관의 고풍스러운 정경

'조선을 습격한 역병'에서는 조선시대 유행한 대표적인 전염병을 쭉 소개한다. 두창, 수두, 뇌염, 괴질, 온역 등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하고 치료법이 개발된 병들이 그 당시에는 지금의 코로나와 같이 걸리면 즉사까지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갖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병들을 물리치기 위해 벌인 사투, 의원의 의로움과 헌신 그리고 의술에 대한 감사까지 어찌그리 지금과 똑같은가. 인간은 시공간을 넘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아남아 문명을 지속해 오고 있다.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는 1612-1623년(지금의 몇 달도 괴로운데 무려 11년이라니...) 조선 전역을 휩쓴 장티푸스성 감염병 온역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자연의 운기 변화를 전염병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공동체의 고통분담(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만이 전염병 종식의 방법이라고 적은 허준은 지금의 정은경 본부장인가! 토시 하나 다르지 않고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전염병의 종류만 다를 뿐.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

그럼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이다. 어른, 아이, 신분, 남녀, 종교, 사상 따위의 구별 없이 모두를 휩쓸고 귀신과 같다고 했다. 인류 역사 자체가 질병과 싸우는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면서 인간의 삶에 큰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지금보다 훨씬 열약한 환경에서 더 참혹했을 역병 속에서도 우리는 이겨냈고 삶을 이어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금까지 누린 일상을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고 우울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이어온 것처럼 우리도 승리하리. 맞서서 극복하리. 조선 시대를 휩쓴 수많은 병들로 인해 낙담하고 포기하고 일상을 잃었다고 좌절한다면 마스크 안 쓰고 가고 싶은데 아무 데나 자유롭게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신나게 만났던 작년까지의 모습 자체가 없었으리.

역병에 맞선 선조들의 지혜와 의지, 지금의 우리의 모습도 기록되어 후손들이 기억하리!

입구에서부터 2미터 간격을 두며 몇 층, 몇 겹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등 마치 공항의 검열대 같다.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러내듯 무인발권기에서 성명과 전화번호를 입력, 무료로 입장권을 받는다. 카운터의 혼잡함을 피하고 방문객 신원까지 알아 혹시라도 뭔가 문제가 생기면 역학조사는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며 박물관 내 반짝반짝 청결은 기본이다. 동분서주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조선시대 역병을 물리치기 위해 솔선수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고하던 관료들이 오버랩되었다.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하리. 이들의 모습을.... 이제 타임캡슐을 타고 500년 후의 미래로 간다, '대한민국, 역병에 맞서다'의 주인공들은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과 방역 당국의 모습, 이들이 박물관의 한편에 걸려 후손들에게 기억하고 강한 희망과 의지를 선사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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