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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의 형제대결, 최후의 승자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5.27 16:16
  • 수정 2020.05.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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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KIA 타이거즈-KT 위즈전이 펼쳐진 수원 KT위즈파크. 02-로 뒤진 7회 무사 2,3루 상황에서 KT의 투수 유원상(34)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인 최형우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한 점을 실점했지만 뒤이어 나지완을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시키고 다음 타자가 등장하고 양측 벤치가 술렁였다. 후속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이가 유원상의 친동생인 유민상(31)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형제 맞대결, 과연 누가 이겼을까? 사진 갈무리: MBC Sports+ 프로야구 중계

피를 나눈 형제의 만남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엄한 법, 지켜야 하는 형과 추가점을 내야 하는 동생의 한치 양보도 없는 접전이었다. 힘차게 방망이를 두 번 돌리고 타석 박스에 들어선 후 유민상은 형의 1구와 2구를 참아냈다. 3구는 헛스윙했다. 4구도 볼로 볼카운트는 원 스트라이크 쓰리볼,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 형은 던지고 동생은 때렸다. 유민상의 배트에 빗맞은 공은 유격수 플라이로 잡히며 아웃! 이렇게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 형제 맛대결은 형인 투수 유원상의 승리로 끝났다. 

어제의 형제 맞대결은 1995년 9월 5일, 태평향 돌핀스의 투수 정명원과 쌍방울 레이더스의 타자 정학원의 결투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이 둘의 승부를 경기 결과보다 더 손에 땀을 쥐고 가슴 졸이면서 봤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두 형제의 아버지인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이다. 과연 그는 이 순간 누구를 응원했을까? 무사 2,3루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올라와 팀을 구해야 하는 형인 투수에게 마음이 갔을까? 아님 한점이라도 더 뽑아내 달아나야 하는 상황에 방망이를 잡은 동생 타자를 응원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아버지, 부모님은 두 사람이 같이 한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모습만 봐도 감개무량이요 흡족했을 터, 어제의 25년만의 형제 대결의 최종승자는 바로 그 둘을 운동선수로 번듯하게 키우고 모두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프로구단의 주전 선수로 발돋음 시킨 이버지 유승안 감독, 형제의 부모님이다. 유씨 부자들에게 평생 잊기 힘든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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