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KIA 타이거즈-KT 위즈전이 펼쳐진 수원 KT위즈파크. 02-로 뒤진 7회 무사 2,3루 상황에서 KT의 투수 유원상(34)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인 최형우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한 점을 실점했지만 뒤이어 나지완을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시키고 다음 타자가 등장하고 양측 벤치가 술렁였다. 후속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이가 유원상의 친동생인 유민상(31)이었기 때문이다.
피를 나눈 형제의 만남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엄한 법, 지켜야 하는 형과 추가점을 내야 하는 동생의 한치 양보도 없는 접전이었다. 힘차게 방망이를 두 번 돌리고 타석 박스에 들어선 후 유민상은 형의 1구와 2구를 참아냈다. 3구는 헛스윙했다. 4구도 볼로 볼카운트는 원 스트라이크 쓰리볼,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 형은 던지고 동생은 때렸다. 유민상의 배트에 빗맞은 공은 유격수 플라이로 잡히며 아웃! 이렇게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 형제 맛대결은 형인 투수 유원상의 승리로 끝났다.
어제의 형제 맞대결은 1995년 9월 5일, 태평향 돌핀스의 투수 정명원과 쌍방울 레이더스의 타자 정학원의 결투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이 둘의 승부를 경기 결과보다 더 손에 땀을 쥐고 가슴 졸이면서 봤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두 형제의 아버지인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이다. 과연 그는 이 순간 누구를 응원했을까? 무사 2,3루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올라와 팀을 구해야 하는 형인 투수에게 마음이 갔을까? 아님 한점이라도 더 뽑아내 달아나야 하는 상황에 방망이를 잡은 동생 타자를 응원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아버지, 부모님은 두 사람이 같이 한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모습만 봐도 감개무량이요 흡족했을 터, 어제의 25년만의 형제 대결의 최종승자는 바로 그 둘을 운동선수로 번듯하게 키우고 모두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프로구단의 주전 선수로 발돋음 시킨 이버지 유승안 감독, 형제의 부모님이다. 유씨 부자들에게 평생 잊기 힘든 기념비적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