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53만명 속아 넘어간 국민청원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5.20 11: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20일, 25개월 된 딸이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자 53만명 이상이 분노하며 동의를 표했다. 청원인은 자신의 25개월 된 딸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가까운 이웃이던 학생이 자신의 집에 놀러 온 다음 날 딸이 아프다고 했고 상처가 생겼다는 의료진 소견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가해 학생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사과는커녕 발뺌했다면서 학생 부모와 나눴다는 대화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면서 가해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에 5월 19일 현재까지 53만 3천여 명이 동의했고 경찰은 청원인을 찾아내 조사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가해 아동이 실존하지 않고 피해 아동의 병원 진료 내역이 사실과 다른 허위였던 것이다.

가짜로 드러난 2개월 딸 성폭행 국민 청원, 사진 갈무리: SBS뉴스

거짓말인지, 장난인지, 허위사실 유포인지, 관종인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환상인지 대한민국 선량한 국민 50만명이 속아 넘어갔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이번 정부에서 국민 누구나 등록해서 30일 동안 20만개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을 하는 정책이다.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 또는 국민적 공분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 등을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바로 전하고 국가 최고 권력이 어떤 질문에도 답하고 반응한다는 유례 없는 개방성 덕에 전 국민이 애용하고 있는 제도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무질서한 남발과 오용은 이런 사태를 불러온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나 선동과 냄비근성에 약한(다르게 좋게 표현하면 정이 많고 단합력이 강한) 우리 국민들은 누군가 조금이라도 불씨를 당기면 횃불고 번질 가능성이 농후해 명확한 사리분별을 요구한다. 물론 국민 청원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억울함을 풀고 정의가 새워지는 등 긍정적이고 선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지만 몇몇 불순분자들의 선동과 양치기 소년 관종에 속아 넘언간 사람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정말 국민 청원이 필요하고 거시적인 국민적 담론이 필요할 때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법치주의와 원리원칙에 따른 확고한 기준이 아닌 포퓰리즘과 감성팔이 중우정치로 흘러 국민청원이 국민탄원, 국민의 감정 배출구 역할로 흐르면 안된다. 국민청원의 신뢰를 지키는 길은 단 하나, 깨어있는 시민들의 바른 행동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