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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그 미묘한 관계, 우리네 모두 영원한 갑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5.12 22:54
  • 수정 2020.05.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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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한 아파트 수위의 자살로 불거진 공동체 규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에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당하고 협박에 시달렸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씨(59)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심 아무개(50)씨, 2014년 11월에 강남의 한 파아트에서 70대 주민의 폭언 및 모독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주민의 차량 안에 들어가서 분신을 기도, 사망한 50대 경비원. 잊을만하면 전국을 가리지 않고 동네방네에서 상대방의 일방적인 갑질과 주취폭력을 견디다 못하고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사태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실 관계를 떠나 '머슴'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이 오가고 상대방을 인신 모욕해서 수치심을 주고 우월감에 취해 폐를 끼치는 존재들이 넘친다. 그런데 그게 꼭 입주민(갑)과 아파트 경비원(을)이라는 기울어진 평행추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일까? 

‘단지 내 주차 문제’로 시작된 한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초소 앞에 설치된 분향소. 사진 제공: 연합뉴스

25년전, 서초구의 한 빌라에 더부살이 하던 필자에겐 아파트 수위 아저씨가 갑이었다. 안 그래도 안하무인에 전형적인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비루한 인간이었던 그는 내 약점과 위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밤 10시만 되면 현관과 주차장 문을 닫아버리고 경비실 불을 끄고 잠에 들었다. 공부와 일을 마치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하는 나는 세입자 신분이여서 입주민에게만 발급된 카드가 없어 부득이하게 벨을 눌러 그 사람의 단잠을 깨워야했다. 조심히 비굴하게 입장을 청할 때마다 오만상을 찌부리고 '밖에서 자고 와라'라고 타박을 일삼았던 경비원. 어찌 그 사람 뿐인가! 경비라는 직업이 오만 사람들을 다 상대하다보니 친절과는 거리가 멀고 지극히 자기 편의적이고 사무적일 수 밖에 없어 뭔가 물어봐도 퉁명스럽게 대답하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식당 종업원이 더 우세를 떤다. 약자 코스프레와 사회적 동정심에 편승해 조금만 뭐라고 하면 공론화가 되 버려 사실관계를 떠나 손님이 먼저 사회적 질타를 맞는다. 그만둬 버리는게 일쑤인 알바생, 종업원들의 비위를 자영업자들이 맞춰야 한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가? 현금이 없어 카드 뿐이 없다고 했더니 눈을 부라리고 금방이라도 한대 칠듯했던 P피자 배달원, 가출 청소년 같은 10대를 고용해 운전면허도 없이 마구 2-3일 부려먹은 G치킨 사장과 한마디 훈계하자 난생 처음 나보다 어린 사람한테 쌍욕을 먹어 어안이 벙벙했던 그리고 경찰을 부르고 가버렸던 손이 씨커멓고 키는 짱달막했던 오토바이 폭주족. 불금의 선릉역 유흥업소 주변에서 취객을 태우려고 멋대로 핸들을 꺾고 신호위반을 일삼던 택시의 뒤를 살짝 박았더니 두달간 누워버렸던 나이롱 환자 택시 기사.

세상에 영원한 갑도 없고 을도 없다. 상호존중만이 있을 뿐. 그런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 없이 막장으로 사는 소시오패스들과 배우지 못한 無 교양 작자들이 문제지 세상엔 경비원에게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용돈을 챙겨드리고 맛있는 걸 나눠주면서 정을 나누는 심성이 고운 분들도 많으시고 아파트 경비라는 직을 이용해 거드름 피우고 멋대로 행동하는 직업윤리의식이 희박한 막장 경비원들도 넘친다. 상하갑을을 나누지 말고 기본소양이 덜된 소시오패스를 거르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꿈구워본다. 구성원 모두 인격, 인권과 함께 각자에게 부여된 책임과 위치에서 모두가 존엄한 인격체요 서로 존중하고 아끼면서 양보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내일 아침에 눈 뜨자 마자 항상 친절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박카스 한병이라도 가져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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