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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113] 스포츠계의 달인들 8 - 월드컵 청부사 거스 히딩크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04.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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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피아>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100%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야구가 야단법석』,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등 30여 권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 씨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팀을 하나로 모으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극대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강조하는 정신력은 ‘약한 팀 선수들을 깔보지 않고, 강한 팀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2한일월드컵 축구대회는 한국 축구 아니 한국 스포츠 사상 영원히 기념될 대회로 자리 매김 했다.

아시아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좀처럼 기록되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폴란드와의 개막전에서 황선홍의 골로 시작된 붉은 악마와 거리를 매운 길거리 응원에 나선 국민들의 함성은 터키와의 3,4위전 송종국의 마지막 중거리 슛 골을 넘어 지금 이 순간까지 '대~한 민국', '오 ! 필승코리아'의 여운이 이어 지는 듯하다.

아마 그 때의 함성이 지구상에 한 반도가 생긴 이후 가장 크고 우렁찬 외침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해방되었던 1945년8월15일, 그날의 감격과 함성 못 지 않을 것이다.

축구 초강대국 브라질 독일과 함께 4강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우승권에 접어든 4강팀들 중, 그 대회 직전 까지 월드컵에서 4차례 우승한 브라질과 3차례 우승한 독일은 예상된 팀들이었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변방이었던 터키와 본선에 6회나 출전하고도 단 1승조차 해보지 못한 한국이 4강에 오르리라고는 누구도 기대하거나 예측하지 못했었다.

2002년 한, 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5월 FIFA 랭킹 40위에 불과했던 한국은 ‘돌풍의 핵’ 이었다. 아시아축구의 맹주로 그 대회까지 5회 연속 본선에 오르는 등 모두 6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1954년 스위스 월드컵대회에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 한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었다.

한국 축구는 대회전까지 예상은 최고 16강 아니면 단 1승이 목표였을 만큼 초라한 성적표, 대회전까지 14전 4무10패였던 월드컵 본선 성적이 대회를 마쳤을 때 4승1무2패를 더해 4승5무12패로 껑충 뛰어올랐다.

D조 리그 첫 경기에서 황선홍 유상철의 릴레이 골로 폴란드를 2대0으로 제압하면서 이변의 전조를 보인 한국은 미국 전 1대1무승부 이후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박지성의 결승골로 1대0으로 꺾고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이어 16강전에서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의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극적인 골든 골로 2대1 승리를 거뒀고, 8강전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전사’ 스페인마저 승부차기 끝에 물리쳐 유럽킬러로 변모하기도 했다. 하긴 포르투갈,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4연승을 올렸으니 '유럽킬러'라 해도 틀린 말을 아니다. 여기에 경기 때마다 나라 전체를 붉게 물들인 붉은 악마와 국민의 뜨거운 성원도 한국축구를 4강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었다.

거스 히딩크 역할이 8할은 될 것

한국 축구가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4강에 오른 것은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8할은 될 것이다(프랑스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이끌었었던 공동 개최국 일본은 겨우 16강에 머물렀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한 ,일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체코와 프랑스에 0대5로 패해, ‘5대0’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었고, “히딩크로는 안 된다. 교체를 해야 한다”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는 누가 뭐래도 뚝심을 갖고 자신의 축구철학을 밀어 붙였다.

대회 개막 50일을 앞두고는 지금은 (목표의)절반 밖에 안 되지만 하루에 1퍼센트씩 끌어 올리면 100퍼센트 완성된다. 그리고 16강 진출이 확정 된 후에는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축구)철학자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국적을 수여함으로써 한국 국민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 잡았음을 표현했다.

정부는 또 당초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대표 팀 선수들에게 병역특혜를 주기도 했다. 그 혜택은 실질적으로 병역미필인 10명 즉 안정환, 김남일, 이영표, 송종국, 설기현, 현영민, 차두리, 박지성, 이천수, 최태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황선홍, 유상철 등 고참 선수들은 이미 군대 문제를 해결한 상태 였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한국조직위원회(KOWOC)와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축구 4강 신화와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4천700만(당시 한국인구) 국민이 하나 되는 국민대축제의 한마당을 2002년 7월2일 오후 6시30분부터 ‘붉은 악마’의 함성이 메아리쳤던 광화문에서 펼쳤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거스 히등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탭 그리고 23명의 태극전사들은 그 날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몰 광장을 출발해 강남 역, 서울시청 광장을 거쳐 광화문에 도착하는 카 퍼레이드를 펼친 뒤 축제에 참석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 축제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명예 국민 증’을 받았다.

(사진= 재단법인 거스히딩크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재단법인 거스히딩크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가상 인터뷰-

미디어 ; 2019년 9월 22세 이하 중국 대표 팀 감독에서 경질 되었다.

히딩크 ; 중국 사람들이 끈기가 있다고 들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너무 성급하다.

미디어 ; 그래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게도 0대2로 패하는 등 10개월 동안 12경기에서 겨우 4승에 그치지 않았는가?

히딩크 ; 내가 2002년 한국대표 팀을 맡았었을 때 체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모두 0대5로 패해 별명이 5대0이었잖은가? 그런데 본선에서 만난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터키) 등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6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었다. 난 실전 아- 아니 본선에 강하다.

미디어 ; 중국에서 잘렸지만 450억(3년 연봉)은 챙겼다고 들었는데.

히딩크 ; 그건 기본이다. 난 계약에 철저하다. (연인) 피나스 엘리자베스도 그 점에서는 나와 똑같다.

만약에-

2000년 10월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 컵에서 한국은 3위에 그쳤었다.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이 아시안 컵에서 우승에 실패한 뒤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만약에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면 허정무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감독 1순위였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원정월드컵 16강을 달성하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감독 1순위는 직전월드컵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홈팀 프랑스를 우승 시킨 프랑스의 에메 자케 감독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월드컵 우승으로 ‘더 이상 올라 갈 데가 없는’ 에메 자케는 (한국 축구대표 감독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만약 에메 자케 감독이 한국 대표 팀을 이끌었다면 지단, 앙리, 트레제게, 리자라쥐, 드사이 등 초특급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한국을 4강까지 이끌 수 있었을까?

※ 기영노의 스포츠 콩트는 100%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픽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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