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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33] 아쉬움 가득한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 내한공연 취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4.24 08:52
  • 수정 2020.04.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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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베를린 필하모닉 12첼리스트 공연이 코로나 여파로 취소

세계 제일의 오케스트라를 보유한 도시는 어디일까?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아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독일의 베를린을 빼놓지는 않을 것이다. 이 도시에 상주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라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자들일터라 개개인의 독주만 들어도 황홀할텐데 첼로라는 악기로만 구성된 앙상블이 주는 매력은 사람을 더욱 심쿵하게 만든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던 1972년에 창단되어 올해로 48년째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가 더욱 다양해진 레터로리와 함께 2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으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연이 잠정적으로 연기되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 내한 공연 공식 포스터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 내한 공연 공식 포스터

베를린 필하모닉의 단원이라는 자체가 이미 최상급을 연주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라는 명함인데 48년째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합주력과 결속력을 다져오고 있다. 그들이 연주하는 12대의 첼로는 어떨 때는 마치 한 대의 첼로로 연주하는 듯이, 어떨 때는 12대가 첼로 그 이상의 다양한 색깔로 각기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또 어떨 때는 마치 합창곡이나 현악4중주 같은 고음에서 저음으로의 구성을 통한 실내악적 효과까지 선보인다. 음색만큼이나 레퍼토리 역시 다양해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필자가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비틀스'였다. 그 음반이 나온 90년대 초반만 해도 '예스터데이'나 '렛 잇비' 같이 익숙한 비틀스의 노래들을 첼로라는 악기로 편곡해서 듣는 건 센세이셔널이었다. 신선했다. 더군다나 첼로라는 악기만이 가지고 있는 중저음의 상냥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중후한 '신사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에 세련되고 다채로운, 팝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클래시컬한 베어너 뮐러의 편곡까지 더해져 음악 감상의 새로운 경지를 알려주고 지평을 넓혀준 기념비적인 음반이었다.

7월 1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 역시 독창적이면서도 선도적이라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1부는 영국의 바로크 작곡가 퍼셀부터 드보르자크, 드뷔시 등 고금의 명작 클래식이다. 1부 마지막의 호주 출신 작곡가 브렛 딘의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작품이 초연된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노'라고 외치는 한 사람이 다수가 가지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 환경, 선입견, 확증편향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동명의 법정영화의 고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제목일까?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브렛 딘의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을 들어보니 1996년 작이니 1950년대에 나오는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와는 상관이 없을 거고 작곡가가 영화나 책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일까? 아님 그것들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독자적인,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배심원들'이라는 영화를 2차 창조한 것처럼 다른 12명의 스토리를 음악화한 곡일까? 그 해답은 7월 1일 현장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1년 이상을 더 기다리게 되었다. 

12명의 베를린 필하모닉 첼리스트, 사진제공: OPUS
12명의 베를린 필하모닉 첼리스트, 사진제공: OPUS

2부는 릴랙스와 힐링타임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 편곡으로 유명한 유만스의 <Tea for Two>를 비롯하여 영화음악의 거장 미셸 르그랑의 <네 마음의 풍차>와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 <길>, 거슈윈의 래그타임 <손뼉을 쳐요>, 피아솔라의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 호라 세로>,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Love me tender>까지 하나의 악기가, 하나의 악기로만 구성된 단체가 들려줄 수 있는 모든 걸 선보인다.

이번 내한공연의 티켓은 이미 4월 9일 오픈, 닷새 남은 이번 달 말까지 20%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고 공연 티켓은 오푸스,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YES24에서 구매 가능했는데 기획사 측에서 구입된 고객들에게 환불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의 1544-5142) 코로나 확진자의 수가 한자리로 진입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이때, 앞으로 2달 후에 펼쳐질 <12명의 멋진 사람들>(Twelve nice men)에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설렘주의보가 발동했으니 아쉽기 그지없다. 이미 3월에도 발렌티나 리시차 공연을 통해 화제를 불러온 OPUS의 기획력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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