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윤한로 시 ] 습작 노트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04.05 16:46
  • 수정 2020.04.06 10: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습작 노트
  
윤한로

못 쓴 시는
감동적이다
너무나 아프고 괴롭고
적어도 나한테는
그거야말로 진짜다
짜가가 아닌
그러나 그거야말로
절망적이라서 감동적일 뿐
절망적이라서 진실일 뿐
못 쓴 시는
못 쓴 시라기보다
못난 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못난 시여 그러니 그대
라리 한껏, 호박 들어
밤하늘 별이나 우러르라

 

 


시작 메모
절대로 잘 쓰려고 마라. 시를 가르칠 때 못 쓴 시를 쓰라고 한다. 기교가 꽝인 시를 쓰라고 한다. 잘 쓰려고 한 시들은 아픈 곳들이, 괴로운 곳들이 전혀 없다, 어디서 벌써부터 이 따위를 배웠느냐, 버리라고 한다. 태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 시창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애들은 곧 잘 쓴 시 쪽으로 다시 기운다. 시큰둥, 괴상한 선생을 하나 만났구나 생각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