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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23] 이 한 장의 음반: 소프라노 김은경의 '아름다운 시절'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4.04 08:42
  • 수정 2020.04.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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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받아들고 제목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아름다운 시절이라니....어느 한 개인의 특별한 시절을 지칭하지 않겠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들의 일상은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였지만 언제 어디든 나가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었고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으며 '자가격리'네 '코호트'네 하는 단어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했었다. 내 의사대로 움직이고 거리는 활기를 띄었다. 보온용에 불과했던 마스크가 지금은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때 누렸던 소중한 일상이 지금은 사무치게 그립다. 서로 경계하고 눈치 보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나누고 싶다. 그게 바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금의 암울한 현실, 그저 희망만 품고 있기엔 지친다. 불안과 낙담만 커진다. 이때 받아든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의 커버에 또렷히 적인 음반 제목... <아름다운 시절> 바로 소프라노 김은경이 2016년에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이다.

소프라노 김은경의 크로스오버 앨범 <아름다운 시절> 음반커버,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

이번 앨범은 우리들의 가장 찬란하고 눈부셨던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익숙한 노래 가사, 아픔과 기쁨을 어루만지며 한 번쯤 불렀을 추억의 곡들을 담았다. 대부분의 곡들은 재즈풍으로 편곡돼 원곡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정통 소프라노 창법부터 대중적 가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 김은경의 음색의 다양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음반으로 1집 ‘더 레터’(The Letter)가 정통 성악 클래식 앨범이었다면 2집은 크로스오버다. 친근한 멜로디와 편안함, 사랑하는 가족들 또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번쯤은 불러봤을 노래들이라 반갑다. 김은경 스스로 ‘추억의 노래 상자’라고 표현한 그의 어린 시절의 감성이 듬뿍 담겨 있다. 이제 상자의 뚜겅을 하나씩 열어보자.

소프라노 김은경, 사진제공: 유니버설 뮤직

첫 번째 트랙의 헨리 클레이 쿼크가 작사·작곡한 <할아버지의 시계>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도 실려 있는 노래로서 할아버지가 태어날 때 선물 받은 괘종시계가 돌아가시자 멈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8번 트랙의 버터 필드가 작곡한 <메기의 추억>은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로 시작하는 가사가 익숙하다. 장조지만 왠지 구슬픈 곡조의 옛사랑에 대한 추억과 슬픔이 공존하는 노래인데 앨범에는 씩씩하면서도 힘찬 악풍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성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음, 높은 음정을 주로 내는 소프라노이지만 그녀의 톤칼라는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중간 음역에서 편안하고 풍성한 음색을 낸다. 레가토를 부드럽게 소화한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듣는 청자에게 곡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된 가사를 한국어로 번안하였으며 노래의 키를 낮추고 재즈풍의 감각으로 편곡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태리 로시니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립오페라단에 데뷔해서 정통 클래식 음악인으로 입지를 다진 사람으로서는 보기 힘든 유연함이다. 또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음악의 감동을 다른 이와 나누려는 '솔직함'이 묻어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앨범에 참여했던 섹션팀에 대한 소개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누가 편곡했는지 어떤 의도로 편곡했는지 그리고 누가 피아노로 반주했는지, 현과 기타는 누가 연주했는지 알고 싶다.

3번 트랙의 <즐거운 나의 집>은 앨범의 백미다. 존 하워드 페인의 가사에 헨리 비숍이 작곡한 오페라의 아리아이기도 한 이 노래는 국적 불문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가 사랑하는 노래이다. 코로나 블루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무리 모질고 험난해도 그래서 현재 맞고 있는 이 코로나 역병이 언제 종결된 지 아무도 몰라 암담해도 결국은 이 사태에 갈 곳은 우리 조국, 나의 안식처, 집뿐이 없다는 걸 일깨워 준다. 과거의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간들로 돌아갈수 없다. 다만 기억될뿐이다. 사랑하는 가족, 오랜 친구들과 함께 추억에 잠긴다. 추억에서 끄집어 낸 노래가 각박한 현실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아름다운 시절의 회상과 추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감정이 전환되어 용기를 얻는다. 어린 시절 김은경에게 클레멘타인을 자장가처럼 불러줬던 아버지처럼 이제는 김은경이 성악가로서 자신의 앨범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인가? 장담컨테 이 앨범은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과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희망차고 새로운 아름다울 시절을 예고한다. 그래서 과거와 미래, 추억과 희망, 지나간 청춘과 다가올 뉴라이프를 모두 포괄하는 지금같이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는 이때에 꼭 한번씩은 들어야 할, 4년 전에 출시한 음반이지만 현재 더욱더 이 시절에 힐링과 위로가 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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