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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20] 유르페우스가 쏘아 올린 클래식 대중화의 작은 공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3.3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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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없고 이벤트도 없는 마당에 클래식 음악계에서 나오는 소식이라야 맨 우울하고 부정적인 개탄스러운 소식뿐이라 주변의 지인에게 미담사례가 없냐고 물어보니 최근 클래식으로 공익적이고 대승적인 스토리는 유르페우스였던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르페우스는 MBC 방송인 <놀면 뭐하니?>의 코너 유케스트라에서 유재석의 유와 오르페우스의 합성어를 투표를 통해 결정된 하피스트 유재석의 활동명이다.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프로튜서와 유재석이 다시 결합해 만든 예능 프로그램으로 딱히 정해진 포맷 없이 유재석이 각종 직업과 콘텐츠에 도전한다는 콘셉트이다.

유재석이 각종 직업과 콘텐츠에 도전하는 콘셉트의 MBC 방송 <놀면 뭐하니?>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 드럼 신동 유재석의 '유플래쉬',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의 '뽕포유', 라섹 유재석의 '인생라면'까지, 릴레이와 확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더니 네 번째 부캐로 하프 영재 유르페우스가 되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클래식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 예술의 전당에 올랐다.2월 13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11시 콘서트에 객원 단원으로 참여, 앙코르 무대에서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를 같이 연주했다.副 character라는뜻의 부캐는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하던 캐릭터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여 만든 것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멀티 페르소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외하는 클래식이라는 장르와 환호하는 성장 드라마와 도전기가 맞물린 주제였으이 이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언론에서도 유재석의 하프 연주 습득력에 감탄을 했다느니, 처음이지만 떨지 않고 미션을 잘 수행했다느니 띄어주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유재석의 출연과 이런 이슈 메이킹이 과연 클래식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저변 확대에 기여를 했는가 하는 점이 필자의 주 관심사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객원 하프주자로 깜짝 출연한 유재석

일단 필자는 클래식 대중화란 단어에 지극히 회의적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범주가 워낙 넓기 때문에 그 안에 귀에 익은 작은 소품, 알려진 노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같이 전체 4악장은 다 들어보지 않았어도 몇 소절 정도는 아는 불세출의 명곡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해서 클래식 음악의 심원한 세계에 발 들이게 하려는 노력은 참으로 가상하지만 음악에 대한 경의로서 이루어져야지 상업적인 논리로서의 클래식 음악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조회 수를 늘이기 위한 시도로서는 실패의 첩경이다. 서점에 한번 나가보라! 얼마나 많은 클래식 감상 안내류의 책들이 첩첩으로 쌓여져 있는지.... 유튜브에 검색해보라! 얼마나 많은 기초부터 말초적인 것들까지 클래식 관련 콘텐츠들이 넘쳐나는지... 남들과의 차별성을 띄기 위해 무리하고 과도한 시도를 하면 할수록 본질과는 멀어지게 되고 그래서 그런 손가락 까닥까닥으로 가볍게 수고 없이 얻어진 것들이 어떻게 진정 본인의 것들로 체화되겠는가! 그건 그대로 소비될 뿐이다. 남는 게 없다... 감동이 없는 클래식이라.... 판매의 이미지를 위해 스타의 미소를 띠고 만들어진 이미지의 '선글라스를 쓴 브루크너 교향곡' 모습이요, 별 볼일 없는 실력의 피아니스트가 가식적인 미소를 띠면서 남이 써준 원고를 읽는 모습에 열광하는 집단 체면의 모습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전문가들, 애호가들 사이에 갇혀 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전도의 마음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선각자의 펜이 절실히 요구된다.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 방송 콘셉트

클래식 음악인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는 건 자신이 힘들게 걸어온 길에 대한 보상이자 성취다. 야구선수의 메이저리그 입성과 축구 선수의 유럽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단시간에 연습을 마치고 예술의 전당에 선다는 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게 클래식을 알게 해 주는데 연예인이 나서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엔 동의하기 어렵다. 유재석 입장에선 과거 <무한도전> 같은 도전이요, <체험, 삶의 현장> 같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지 평생의 업이 아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쏠리는 관심은 유재석이나 해당 인물이 대상이지 클래식 음악 전체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지금까지 수많은 경우를 통해서도 체험했다. 개그맨 김현철의 지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래 첨부한 동영산은 조회수가 30만이 넘었고 그가 지휘한 작년 12월의 롯데콘서트홀은 합창석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찼다. 국내에 그정도의 조회수와 관객흡입력을 갖춘 지휘자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텔레비전에서 봤던, 사람을 웃기고 즐겁게 하던 코미디언이 진지하게 공부해서 악단을 지휘하니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선에서 화제꺼리로 끝나지 김현철이나 유재석 또는 다른 한 개인을 통해 클래식 전체로 저변이 확대되는 경우를 드물게 보았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걸 관심 가고 좋아하는 거지 유재석이 베토벤의 이히 리베 디히를 연주했으니 원곡을 찾아보고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걸 듣고 더 나아가 베토벤, 클래식 음악으로의 확산까지 가는 여파가 얼마나 많겠는가. 물론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만 침소봉대하지 말잔 뜻이다.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커지면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클래식 음악인들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벽을 쌓지 말고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클래식 음악 감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클래식 대중화라는 모순적인 단어보다 <대중의 클래식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예술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수가 많을 수가 없다. 적정량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클래식을 다 좋아하고 듣게 만들 순 없다 말이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어 보고 듣고 싶은 클래식 연주회에 가는 사람, 그냥 라디오 채널에 무심코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는 사람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연주자 말고 음악 그 자체에 탐닉하는 마니아들이 우리 주변에 몇 명이나 되는지 한번 자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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