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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18] 공연 촬영 제발하지 마세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3.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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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클래식이나 조선시대까지의 우리나라 음악공연은 규모가 아주 작거나 왕이나 귀족, 양반이 음악가(가인, 가객)을 초대하여 즐기는 예술이었는데 오페라가 탄생하고 돈을 가진 새로운 시민계급층이 성장함에 따라 대규모 관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거대한 극장과 콘서트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청중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는 음악회를 뜻하는 용어가 콘서트(Concert)다. 이런 어수선하고 난장판인 콘서트의 분위기를 바꾼 사람이 리스트다. 1839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전쟁터같이 산만하고 정신없는 음악회를 정리하고 나 혼자 출현하는 연주회를 기획했다"라고 쓰면서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들어줄 관객을 원했던 것이고 19세기 낭만파 시대의 낭만주의 예술가 상이 성립되면서 클래식 음악회는 연주자 위주, 예술가 우대의 음악회로서 격상하면서 지금의 음악회 관람 에티켓이 형성되었다.

소규모 공간에서 열리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살롱콘서트

같이 웃고 즐기는 쌍방향 소통의 공연이 아닌 감상 예술인 순수음악,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는 '소리를 내지 않고 타인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관람'하는 게 기본 상식이다. 영화 보러 극장에 가서 핸드폰 열어 카톡, 페북 알람 확인하지 않고 상영되는 영화 찍거나 촬영하지 않는 거와 똑같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많은 수의 민간단체 음악회나 개인 독주회, 독창회는 사회적 구조와 생태에서 연주하는 악단, 협연자, 관계자와 일말의 관계도 없이 단지 연주되는 프로그램이 좋아 음악만 들으러 간 사람은 타자(他者)에 불과하다. 음악인 위주의 음악회는 문자 그대로 학예회이다. 일가친지, 지인 그리고 스승과 동기, 선후배들을 모셔놓고 음악은 무대 위의 사람한테만 중하지 관객들은 결혼식에 온 사람들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손뼉 치고 환호해 주고 끝나면 어디서 생긴 괴상한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케이크 선물하고 눈도장 찍고 인증샷 남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데 객석에선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지루함을 못 참아 하품하고 몸부침을 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된다. 그냥 어중이떠중이, 공연 자체엔 관심이 없는 머리수 채우는 사람에 불과하니 음악이 주가 아니어서 발생하는 해프닝이 자주 일어난다.

클래식 공연장의 에티켓, 사진제공: 대구콘서트하우스

음악회 에티켓과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어디까지 국내에서 적용해야 할지 난감하다. 원칙적으로 클래식 공연 도중 사진과 영상 촬영은 금지다.

뉴미디어 시대에 이제 음악이나 연주 영상은 돈 내고 보는 게 이상한 일이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인해 대면활동이 금지되는 마당에 세계적인 대가들과 악단들의 공연도 온라인으로 무료로 관람 가능할 정도니 라이브 촬영에 대해 죄의식이 아예 사그라져 버렸다. 요즘 성행하는 소규모 살롱 콘서트는 무대와 객석을 나누지 않고 소통을 꾀하기 때문에 찍는 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걸 개인 소장에서 그치는 게 아닌 유튜브나 공공 플랫폼에 올려서 만인이 보게 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나 성악 발표회는 가관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자신이 아는 노래를 부르면 반갑다. 음악회는 대중 콘서트, 열린 음악회로 변하며 무대 위의 성악가도 자신의 노래에 호응하고 반응하는 걸 원하며 객석의 갈채와 환호에 힘을 얻어 신나하면서 제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잔치가 된다. 연주자, 작곡가 입장에선 팬심의 발로라 여겨 카메라를 제지하기가 쉽지 않고 대중가수, 축제 영상처럼 홍보수단으로 여겨 일단 뿌리고 보자는 심산인데 그런 행동을 그대로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전통 클래식 공연에서도 취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자, 즉 연주자, 작곡가 또는 연주회 개최와 음악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획사의 허락도 안 받고 지적재산권을 침해나는 거다.

연주자들이 원하는 최상의 무대, 공감을 통한 객석과 무대의 일치, 박수와 환호에 목마른 사람들!

간혹 연주회에서 몰래 찍었다며 연주 동영상이 버젓이 올라오는데 거두절미하고 불법이다. 엄연한 도촬이다. 그럼 목적은 무엇이겠는가? 개인 소장? 추억?공연에 참석했다는 인증샷? 그래서 SNS에 공유하면서 자랑도 하고 자신의 소감도 올리고 공유하고 싶어 한다. 특히나 무대 위의 음악가에 대한 존중이나 음악 감상이라는 목적이 없이 온 대다수의 관객들은 음악회가 몇 년 만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이벤트다. 여행을 갔으니 풍경 사진 찍고 추억을 남겨야 한다.연주자가 인사하기 위해 무대를 여러 번 왕복하는 장면, 이른바 커튼 콜 때 찍으면 되고 연주 자세를 취하면 카메라는 다시 주머니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앙코르든 본 공연이든 찍으면 몰카나 다름없다.

애호가도 아니고 음악인이 그랬다면 더욱더 비난을 들어야 한다. 상호 존중이 망각된 다른 이의 수고와 연주를 값 없이, 수고 없이 누리고 장사를 하려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요즘 안 그래도 우후죽순으로 범람 하는 클래식 음악인들의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서로 조회수를 올려서 돈이나 인기를 취하려는 차마 같은 음악인이 보기에 수준을 의심할 만한 저질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 우려스럽다. 외국에서 유학해 석사네, 박사네 화려한 학력이 무색할 만큼 기본적인 예의와 자질, 매너가 상실된 어떻게 하면 나도 주목 받을수 있을까에 혈안이 되어가고 있다. 관종들이 되어 가고 선을 넘고 있다. 강조하지만 클래식 음악으로는 상업적인 성공과 연예인이 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음악 외적인 것을 자꾸 언급하고 흥미, 정보 위주의 콘텐츠가 양산되고 음악가로서의 금도를 어기고 자존심을 팽개친 행동을 하면서 클래식 음악만의 순수성과 고귀함을 잃고 있다. 조회수를 늘리려는 충동적인 기사에 기레기라고 욕하면서 자기들도 똑같이 행동한다? 그럴 시간에 부디 앉아서 연습해라!진정으로 위대한 작품들을 만족스럽고 생동감 넘치게 연주하는 것이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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