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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방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03.25 16:48
  • 수정 2020.03.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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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로

그밖에 것이라곤
뒤틀어진
나무 의자 두 개
하나는 크고
하나는 조금 작을 뿐
가진 것 전혀 없는 영혼
쓸쓸한 고동색 방이여
코 끝이 찡하다
그러구러

제 귀를
자른
정말 착한 사람
고흐

 


시작 메모
제 귀를 자른 <자화상>도 외롭지만, <> 또한 외롭다. 아무도 없는 방에 뒤틀린 침대 하나, 뒤틀린 식탁 하나, 뒤틀린 거울 하나, 뒤틀린 수건 하나, 뒤틀린 창문 하나, 그리고 뒤틀린 크고 작은 고동색 의자 두 개가, 그건 또 왜 둘일까, 너무 외롭다. 마치 서로를 서로에 견주는 듯. 그러나 <감자 먹는 사람들>은 더욱 외롭다. 얼마나 늦은 시간일까. 찌그러진 궤짝 집 딱딱한 나무 의자, 나무 식탁 위에 고된 일을 끝내고 다섯 식구들 감자를 먹는다. 얼굴 주름살 잡으며 감자 앞에 구부린 사람, 굵고 거친 손가락 더미 접시에 가득 펼친 사람, 쏟아질 듯 초롱초롱 맑은 눈을 한 사람, 왠지 먹을 생각도 없는 사람, , 단순히 감자를 손에 쥐고만 있는 사람. 말똥 냄새나는 당나귀 닮은 사람들이 너무 외롭다. 조용히 소리 한 마디 없다. 노을 같은 고동색 영혼이 차라리 성스러워 코 끝을 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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