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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춘분을 보내며

김문영 글지
  • 입력 2020.03.25 12:59
  • 수정 2020.03.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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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을 보내며>

 

낮보다 긴 밤은 눈물겨웠다

격리된 날들의 외로움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멈춰선 일상 때문에 휴업 시작한 날의 아득함

일은 하지않아도 칠십프로의 임금은 주고받아야 하는데

유동성이 가로막혀 근심 가득한 나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는데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고도

모자라는 운영자금은 또 어떻게 구해야하나

새로운 근심만 커진다

아프게 오는 봄이지만 봄은 달려와

분분한 마음 바람결에 흩날린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산촌의 계절은 도시보다 늦어

봉오리 터뜨리지 못한 봄꽃들

수줍어 수줍어 속살 드러내지 못할 때

꿩~꿩 하늘 찢는 고함지르며

장끼와 까투리 부부 허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다른 새들도 춘정에 겨워 목소리 높이는데

한겨울에 시작된 격리의 일상 길어지고

거리두기에 익숙해지는 당신과 나

신체적으로 멀어지는 거리 만큼이나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춘분 지난 계절에 근심만 많아지는구나

시가 써지지 않는 봄 밤은 점점 짧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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