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211] 콘서트 프리뷰: 2020 오푸스 마스터즈 시리즈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 리사이틀 '격정과 환희'
[성용원 음악통신 211] 콘서트 프리뷰: 2020 오푸스 마스터즈 시리즈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 리사이틀 '격정과 환희'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3.19 09: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월22일 금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의 피아노 리사이틀, 코로나로 인해 3월 국내클래식공연이 전멸된 상황에서 열리는 한 줄기 빛.

대표적인 친한파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가 2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국내 공연도 줄 취소되고 한파를 겪고 있는 이때, 한국 방문 시 14일의 격리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번 연주 이후 타국가에서의 공연이 불투명해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해 연주를 진행하기로 결심한 그녀의 의연하고 예술가다운 마인드가 연주회 전부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3월 22일 일요일 오후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리사이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발렌티나 리시차(Valentina Lisitsa, 1973~)야말로 국내 음악 전공자와 피아니스트, 교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참 피아니스트이다.

리시차는 현대 트렌드와 미디어의 흐름을 일찌감치 포착하고 거기에 자신을 맞춘 브랜드와 전략을 짠 혁신가이다. 남들이 다 하는 방법으론 절대 부각할 순 없다는 걸 파악하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노출시키고 청중과 팬을 찾아서 만들어간 사람이다. 신문, 방송 등 전통 매스미디어 대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을 활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창작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 창작자, 유튜버 중에서도 영향력의 크기가 큰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었다. 1인 기업으로서 직접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면서 충성도 높은 팔로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면서 전환하였다.

리시차는 엄청날 정도의 물량공세를 뒷받침할 정도로 치열한 연습과 루틴을 보이는 장인이다. 화려한 겉모습으로 치장만 되고 내실이 탄탄하지 못한 일개 유튜버가 아니라 콘서트, 리허설, 토킹 영상 등을 수시로 업로드하면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쇼팽의 연습곡이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 같은 곡의 조회수는 이미 1000만을 훌쩍 넘기고 지금도 매주 영상이 업로드되고있다.

음반사나 콘서트 매니저들에게 임팩트를 줄만한 특별한 콩쿠르 입상 경력도 없고 교수, 전문가, 기자 등의 여론 선도층과 아카데미 집단의 도움도 받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예술가로서 길을 닦으며 꾸준히 정진하였다. 유튜브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도 초고음질 무편집 음원 제작사 Audiofon에서Virtuosa Valentina라는 음반을 냈던 피아니스트가 지금은 세계적인 레이블 Decca의 전속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니 가히 송가인, 임영웅 만큼이나의 인생 성장 드라마이다.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사진제공: 오푸스

'검투사'란 별명에 걸맞은 속주와 박진감 넘치는 전형적인 기교파 피아니스트 그녀 역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앨범 출시를 준비하면서 매주 한 곡씩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 3월 22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격정과 환희>란 주제로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도 유명한 17번 <템페스트>, 23번 <열정>, 29번 <함머클라비어>를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프로그램만 봐도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리시차다운 연주회다. 매 내한공연 때마다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안기는 리시차는 이번 역시 한 곡도 제대로 듣기 힘든 어려운 대곡들을 한 무대에서 펼치며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 휴면상태에 빠진 클래식 음악계에 경종을 울리며 실연에 목마른 클래식 음악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거라 확신한다.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사진제공: 오푸스

혹자는 리시차 같은 스타의 연주회다보니 불특정 다수의 청중이 모여 걱정이라고 한다. 차라리 가을이나 겨울로 연주회를 미루는게 옳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공연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건 옳다. 하지만 코로나 위험 경계가 심각으로 올리긴 전이 2월 말경의 연주회, 예를 들어 15년 만에 내한한 이보 포고렐리치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합창석까지 꽉 찼으며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역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들어찼으며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가족 음악회도 마스크를 쓴 관객들로 넘쳤다고 한다. 연주회에 지레 겁먹고 먼저 취소하고 외국으로 피신이나 가 있고 집 구석에 처박혀 그저 자기에게 조금만이라도 비말이 튈까봐 전전긍긍하는 자들이 연주의 주체인 연주자들인가 아니면 이런 시국에 위로와 힐링, 감동을 받고 싶은 청중들일까? 걱정되면 안 오면 그만이다. 그리고 오지도 않을 사람들이 꼭 그렇게 말한다. 집회나 종교행사 같이 좁은 공간에 바닥바닥 붙어서 같이 책 읽고 노래부르고 손 잡는 것도 아니요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상황에서 마스크 쓰고 거리를 두면서 말 한마디, 작은 침방울 하나 튀지 않고 오직 음악과 예술에 간절한 사람들만 올테니 여타 다른 콘서트보다 객석분위기와 수준을 더 높을거라 여긴다. 작곡가는 지옥에서라도 곡을 쓰는 거요, 연주자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침몰하는 배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연주하는 게 연주자요, 무대라면 어디라도 올라가서 노래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 게 가수다. 그 기본적인 진리와 자세를 발렌티나 리시차가 보여주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봄이 왔건만 아직도 꽁꽁 얼어버린 우리들의 마음과 일상을 녹여줄 진정한 봄의 도래가 리시차의 연주회다. 3월 22일이 진정한 춘분이다.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컨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