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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고백, '책 대 담배'

권용 전문 기자
  • 입력 2020.03.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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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 조지오웰이 쓴 에세이 '챔 대 담배'

날카로운 언론인이었던 20세기의 천재 문호 조지 오웰은 이렇게 고백했다.

"책 소비가 계속 저조하다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현상은 적어도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를 보러 가는 것, 펍에 가서 한잔하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이지 돈이 훨씬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재능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일이 잘 안풀리는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만, 최고 수준에 오른 오웰같은 이들은 늘 문제를 직시하고 스스로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물론 전자는 다수이고 후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어떤 조직이든 5%의 인재들이 나머지를 이끌어간다는 말이 나온다.

오웰의 짤막한 산문집 '책 대 담배'(민음사 펴냄)에는 이런 현상을 현란한 재치와 풍자로 시원하게 이야기한다.

오웰은 '동물농장', '1984'에서 인류의 역사와 본성을 파헤치는 비범한 소설을 썼지만, 산문집에서는 우리와 같은 생계형 생활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는 창작 소설 외에도 끊임없는 비평문으로 원고료를 받고 서점에서 책을 운반했다. 책을 쓰고 팔았지만 책보다 담배를 사는 비용이 더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설명한다. 그는 완벽주의자이면서 천재답게 자신의 모든 작품을 '실패작'이라 말한다. 고전 명작 '동물농장'을 쓴 이유와 배경도 이야기한다.

"'동물농장'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쓴 첫 작품이다. 지난 칠 년간 소설을 쓰지 않았지만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소설 한 편을 출간하고 싶다. 분명히 실패작이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쓴 모든 작품은 하나같이 다 실패작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오웰 역시 혼동 속에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다. '사회주의자는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모습은 뼛속까지 자유주의자임을 깨닫는다. 명작 '동물농장'과 '1984'에서 전체주의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혐오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는 친소련 좌파 작가들이 장악한 문단에 염증을 느껴 '오웰 리스트라 불리는' 핵심 좌파 작가들의 명단을 영국 정보당국에 건네기도 한다. 이는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전체주의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담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학계는 지금까지도 나라의 구분 없이 좌파 진영이 확고한 기득권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데, 그러다 보면 다른 성향을 악으로 규정하는 교조주의와 전체주의가 자연스레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빅 브러더', '사상경찰', '이중사고' 등의 용어는 오웰이 만든 신조어지만 지금도 쓰이고 있고, 그가 좌우를 따지지 않고 얼마나 전체주의를 싫어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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