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위경환의 창의융합칼럼]하늘로 승천한 ‘용龍’, 여전히 고분벽화 속에 머문 ‘주작朱雀’

위경환 전문 기자
  • 입력 2020.03.11 15:43
  • 수정 2020.03.12 10: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작은 상상력이 뛰어났던 고구려인들이 붉은색과 새를 창의융합하여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

고구려의 문화예술 중 가장 대표적인 문화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고분벽화이다. 고구려 문화가 집안권과 평양권으로 이원화되면서 고구려만의 독창성을 더욱 발휘하였고 중국 고분벽화와는 다른 고구려 문화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5~6세기경에 가장 예술적이고, 화려하게 발전한 고구려 벽화 수준의 정점이라는 강서대묘의 사신도가 고분벽화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사신四神이란, 동서남북 사방의 수호신을 말한다. 고구려 고분벽화 안의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에 사신을 그려 둔 의미는 '사람이 죽어도 이승처럼 저승에서도 삶이 계속된다.'라는 의식의 반영이다.

강서대묘 오방신은 중앙의 '황룡도'는 사신을 아우르고 동쪽의 청룡도는 태양신을 상징하고, 서쪽의 백호도는 금을 상징한다. 남쪽의 주작도는 봉황 모습과 비슷해도 근본은 서로 다르다. 북쪽 현무도는 거북 몸에 뱀이 휘감겨 서로 마주 보는 형상이다. 고분벽화의 사방 사신도는 뛰어난 생동감과 화려한 색채 조형미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네 가지의 수호신 중에서 현존하는 동물은 백호와 현무이고, 청룡과 주작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다. 물론, 거북 몸에 뱀이 휘감긴 형상인 현무도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존하는 두 동물을 바탕으로 합쳐 놓아서 순수한 의미에서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진= 강서중묘 주작(서) 모사도 한성백제박물관 2016년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 도록)
강서중묘의 주작(사진=한성백제박물관 2016년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 도록)

 

은 선사시대에 중국이 창조한 대표적인 상상의 동물이다. 나아가 중국인들의 민족적 정체성 표시로써 용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용은 거북이, 물고기 등 다양한 모습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뱀을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며 변화에 능란하며 물과 강우, 태풍, 홍수를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신비한 동물이다.

또한 행운을 상징이기도 하다. 오늘날 용하면 중국, 중국 하면 용을 떠올릴 정도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동물캐릭터가 됐다. 나아가 디자인 소재로써 응용 및 활용 범위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동이족 고구려의 태양조는 다리가 셋 달린 새, ‘삼족오이다. 이 삼족오가 변이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새가 바로 주작이며 주작은 고구려인이 창조한 상상의 동물이다. 주작은 붉은 빛 와 참새 이 결합 되어 '붉은 새' , ‘불새라는 뜻을 갖는다.

주작의 머리는 장 닭 머리를 닮았으며, 목의 좌우에 난 커다란 푸른 깃털은 마치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 있다. 붉고 푸른 날개는 한껏 펼치고 긴 꼬리는 위로 흔들거리며 뻗어 나가고 있다. 고분벽화 속의 주작은 세찬 날개 짓으로 막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율동감이 넘치는 표현이다.

고구려인들이 하늘의 신성한 기운과 뜻을 전달받고 싶은 욕망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희망을 주작에 담아 표현했다주작은 고구려 사람에게 저승세계로 가는 길을 호위해 주는 신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하늘로 비상하는 새 모습으로 묘사되어 고구려인의 응축된 생명력을 표현한다. 간결함과 치밀한 선의 묘사, 화려한 색채의 조화에서 강인함, 역동성, 박진감이 넘치는 특징이 있다. 새는 하늘과 땅을 공간적으로 이어 주는 역할이며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 싶은 고구려인 욕망을 대변하는 의식의 소산이다. 그렇기에 주작은 고구려인의 사고와 감정을 투영하고, 이상세계에 대한 인간욕망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신이었다.

(사진자료= 조선의 주작기, 구글이미지에서)
조선의 주작기(사진=구글이미지에서)

위의 사진은 조선의 의장기 중, 하나인 주작기이다. 고구려의 주작은 고분벽화 천정에 그려졌고, 백제에서는 금동대향로에 표현됐고, 신라에서는 서봉총에서 출토된 금관의 새 무늬 장식으로, 고려에서는 고분의 벽면 벽화로 내려왔다가 조선에서는 밖으로 나와 임금 행차 시 의장기나 전쟁 깃발로 이어져 왔다.

오늘날에는 다시 봉황(봉은 수컷, 황은 암컷)으로 변이되어 대통령의 문장 및 국새 장식의 봉황 등으로 그 맥을 잇는데 봉황은 삼족오와 주작의 결합으로 보면 된다. 봉황은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오채(五彩)의 새'로써 오행 사상과 음양 사상을 반영했다.

이처럼 주작의 역사와 전통이 고구려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모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상징인 봉황무늬 문장을 취임 후 청와대에서 없애라고 지시한 바 있다. “봉황이 왕조시대의 잔재 같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봉황이 우리 겨레와 역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기에 곧 백지화됐다.

고구려 주작과 중국 용의 유명세와 활용도를 보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중국 용의 명성은 하늘로 승천했지만 고구려 주작은 하늘을 날지 못하고, 여전히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주작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이다. 이제 고구려 후예인 우리가 푸르른 창공으로 날려 보내 주어야 할 사명과 의무가 있지 않은가.

명품 의류에 도입된 용문양(사진=국회도서관 논문 자료에서)
명품 의류에 활용된 용문양(사진=국회도서관 논문 자료에서)

 

우리의 수많은 문화요소 중에서 오랜 기간 상징적 표식으로써 활용됐으며 가장 큰 대표성을 갖는 상상의 동물이 주작이다. 주작은 우리 민족의 가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써 우리 민족의 특성과 국제성을 동시에 겸비한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작품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킬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징물로써 무궁화와 호랑이, 봉황, 개 등이 있으나 독창성이 떨어진다. 봉황은 중국 후한대에 사신령(기린, 봉황, 거북, 용)과 오령(용, 봉황, 기린, 백호, 거북)으로 사용됐고 백제에서는 6세기 때부터 사용됐기에 독창성이 떨어지므로 고구려 상상의 동물 주작을 대한민국 상징물로 채택됐으면 한다.

(사진=mbc자료)
대한민국 대통령의 문장(사진=mbc 영상 자료에서)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용을 심볼, 상품, 영화나 애니메이션, 복식 등으로 채택한 기업과 기관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도 중국이 용처럼 고구려의 주작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 기업과 기관 외에도 주류 포장디자인이나 복식·의류 디자인, 문구와 완구 등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등 활용할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우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주작 디자인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응용되면 국가 이미지와 더불어 우리 현대 디자인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작은 우리 삶 속에서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강력한 상상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동서양의 조형미술에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경환 대표 | 위경환창의융합훈련소 |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창업지원센터장 | 마케팅·광고부문 컨설팅·멘토링 | ideacoaching@naver.com

출처 : 말산업저널(http://www.horsebiz.co.kr)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