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202] 전선을 간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3.06 08: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수동의 한 병원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고 인력난을 호소하는 대구에 손을 보태기 위해 내려갔다. 청도 대남병원에는 신혼 5개월 차의 간호사가 9시간 동안 정신병동에서 환자를 간호하고 곧장 숙소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격리되는 강행군을 불사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남편으로 대학 병원 가정의학과의 한 의사 역시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해야지"라며 덤덤하게 경북에 내려갈 신발 끈을 동여맸다. 지난 3일에는 임관과 동시에 60기 간호장교 75명 전원이 대구로 향했다. 소위 계급장을 달자마자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최전선으로 출동한 셈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분명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사진제공: 정치평론가 김홍국
힘내라! 대한민국! 분명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사진제공: 정치평론가 김홍국

정말 우리 민족은 국난극복에 타고난 DNA가 탑재되어 있나 보다. 임진왜란 때도 도성을 버리고 몽진한 임금과 양반님네들 대신해서 이름 하나 남아있지 않은 민초들이 나라를 지켰으며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독립운동, 그리고 6.25사변을 지나 IMF 때도 신혼 반지까지 자발적으로 성금에 기탁하면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위기 시 힘을 한데 뭉쳐 단합해서 온갖 소용돌이와 격동의 시대를 끈덕지게 이어오고 있는 강하고 억센 민족이 우리 국민이다. 안에서는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울지 몰라도 국난에는 탁월하게 특화된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하는 단결력을 보여주는 정말 탁월한 민족이다. 이런 화끈한 국민성 때문인지 정적이고 논리적이면서 이지적이지 못하다. 쏠림 현상도 심하고 확 달아오르고 확 또 식어버려 냄비근성이라고 비판도 받는 정서에, 음미하고 사색하면서 자신만의 상상력과 감상을 해야 하는 추상예술인 음악, 그중에서 클래식 음악이 외면받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국민성에 부합되는 음악(또는 예술론)은 크게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① 정형화된 구성과 단도직입적인 표현, 선악구도가 명확한 인과응보, 기승전결 구조가 꽉 짜인 내러티브

② 이성적인 설득이나 설명 보단 감정적인 선동과 신파류의 감정과입

③ 짧은 순간에 강한 자극을 좋아하고 해석의 부담 없는 한번에 듣고 이해 할 수 있는 직설화법

④ 권위를 거부하고 평등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론 권위를 통해 검증된 대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추종

⑤ 크기는 감동에 비례한다고 실속보단 허례와 과시형

코로나와 싸우는 최전선으로 향하는 거룩하고 숭고한 인물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진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코로나와 싸우는 최전선으로 향하는 거룩하고 숭고한 인물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진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이런 속성들을 충족시켜주는 게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문화인데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진입 장벽을 한없이 내려야 되는지 그렇다면 이게 유통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속속들이 스며들지도 고민이 된다. 음악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한 구조와 사회인식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 퇴치를 위해 달려가는 용사들이나 문화예술의 불모지, 최전방에서 혁신과 창조라는 가치를 들고 싸우는 예술인들의 싸움터는 매한가지다. 전선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군가 <전선을 간다>를 첨부한다. 군가야말로 위 다섯 가지 조건에 딱 들어맞는 말 그대로 소비재로서 최상이다. 이렇게 만들면 누구나 생소해하지 않고 거부반응 없어한다. 이런 유의 음악을 복제한다면 사람들이 듣고 즐길까? 이 코로나 정복과 문화예술창출 전선의 고지 정복을 위해선 어떤 방책이 필요할지....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