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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추천하는 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

권용 전문 기자
  • 입력 2020.03.0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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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날개 달린 것' 맥스 포터 장편소설, 한강 "이상한 온기와 아름다움"

어느 날 소중한 누군가 말없이 내 곁을 떠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만일 까마귀가 아빠에게 뭔가 가르쳐준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하는 법이었을 것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한 사람이 떠났고 아이들에게는 그리운 엄마의 품이 사라진 것이다.

장편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문학동네 펴냄)은 영국 신예작가 맥스 포터의 데뷔작으로 슬픔이 날개 달린 까마귀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다.

엄마와 아내를 잃은 두 아이와 남자의 슬픔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이들을 깊은 슬픔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느닷없이 까마귀가 집안으로 날아온다. 심지어 '말하는 까마귀'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의 삶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보통이 아닌 이 까마귀는 능력 있고 다정하며 사려깊은 지혜를 통해 속절없이 무너진 세 사람에게 여러 위로와 조언을 해준다.

상실과 죽음이라는 아픈 상처를 달래고 절망의 혼돈에서 빠져나와 그립고 따뜻했던 사랑의 기억으로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다.

상상 속에서 만나볼법한 까마가 나타나지만 황당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네가 나를 더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이야기한 까마귀의 엄숙한 진지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은 저자가 좋아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테드 휴즈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소설 제목은 디킨슨의 시' 희망은 날개 달린 것'에서 따왔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 까마귀는 휴즈의 시집 '까마귀'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의 개성 있는 문체와 독창적 작품 세계가 산문과 운문을 오가며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현재 20여개국에 번역되어 출간됐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의 비통한 나날이 거대한 까마귀의 깃털을 달고 전진한다. 혹은 길게 우회해 우리 등 뒤로 문득 도착해 있다. 이상한 온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책이다."라고 소설가 한강 작가가 추천하는 책이다.

사실 저자 포터는 한강 작가와도 인연이 있다. 한강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영국 그란타 출판사에서 출간했는데 당시 이 회사의 편집자가 포터였다.

시인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황유원이 이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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