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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평론가 기영노 콩트 96] 재미있는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이야기 3

기영노 전문 기자
  • 입력 2020.03.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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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피아>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100%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야구가 야단법석』,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등 30여 권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지난 1988년 11월 23일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전용권·허규옥·오대석),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오명록 김성혁)의 4대3 맞트레이드가 가장 충격적인 트레이드이자 사건이었다.

2019 시즌 해외전지훈련을 막 끝내고, 시범경기를 앞두고 불거져 나온 한화 이글스 팀에도 충격적인 트레이드 사건이 있었다.

팀의 간판 이용규 선수가 한용덕 감독이 자신을 ‘9번 타자 겸 좌익수’로 기용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이다.

이용규 선수는 결국 팀으로부터 ‘무기한 참가 활동정지’(모든 경기와 훈련 제외)처분을 받았다. 이용규 선수의 때아닌 ‘트레이드 요구’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듯이 팀의 주전 유격수이자 하위타순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하주석 선수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2018년 3위를 차지했었지만, 트레이드 사건이 터진 2019년에는 9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채드 벨, 서폴드 그리고 제럴드 호잉 등 외국선수들은 제몫을 했지만, 김태균, 송광민, 장민재, 이태양, 이성열 등 국내선수들이 거의 모두 부진한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9월 1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이용규가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한화 구단은 트레이드 요구 파동으로 무기한 참가 정지 처분을 내렸던 이용규에 대한 징계를 이날 해제했다(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이용규가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한화 구단은 트레이드 요구 파동으로 무기한 참가 정지 처분을 내렸던 이용규에 대한 징계를 이날 해제했다(사진= 연합뉴스).

 

이용규는 2019년 9월, 징계가 풀려, 현역선수로 복귀했다. 그리고 12월에 있었던 한화 이글스 선수 주장 선발(임명직에서 선출직) 투표에서 선·후배 선수들에 의해 당당히 주장으로 뽑혔다.

한화 이글스 팀에 ‘마음의 빚을진’ 이용규는 이제 팀의 주장이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2020시즌, 최소한 2018년(3위) 이상의 성적으로 견인해야 할 사명감까지 지게 되었다.

한화 이글스 팀은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메사로 옮겨서 해외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이용규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팀의 하루 훈련이 끝나고 이용규 주장이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레드마운틴 야구장 옆 벤치로 선수들을 모았다.

이용규 ; 시환이는 뭐~ 한이 맺힌 것처럼 던지데, 그러다가 160km까지 나오는 거 아냐?

장시환 ; 형! 배트 돌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형, 1년 쉬더니 더 힘이 나는 것 같아. 이러다 4할 치는 거 아냐?

이용규 ; 4할 치는 건 어렵고, 4할 출루는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 그 정도 해야 내 뒤의 중심 타자들한테 타점 기회가 많아지거든.

정은원 ; 형? 잠깐 반말해도 되지?

이용규 ; (얼떨결에) 으~응 그래.

정은원 ; 용규~ 놀이......‘용규놀이’ 비결 좀 알려줘요.

이용규 ; 음 몇 가지 비결이 있지. 첫째는 나는 타석이 들어설 때마다 사형장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들어가. 만약 (루상에) 살아나가지 못하면 죽는다.

정은원 ; 그리고 또.

이용규 ; 또 하나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아예 작정하고 파울볼을 만들지. 몸쪽으로 오는 공은 파울 쪽으로 더 세게 치는 거야. 그때부터 투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면서 평정심을 잃게 되지.

정은원 ; 또 있어요?

이용규 ; 있지, 난 어차피 똑 따기 타자니까 배트를 두 주먹 정도 짧게 잡아, 그러면 헛스윙 확률이 확 줄어들지.

김태균 ; 맞아, 내가 얼핏 들었는데, 용규의 헛스윙 확률이 2%도 안 된다지 아마. 보통 선수들이 5~10%까지 올라가는데. 그러니까 웬만한 공은 거의 모두 배트에 맞추는 거야, 그 볼이 안으로 들어가건 파울 볼이 되는 건 그 다음문제 이고.

하주석 ; 그럼 용규 형은 도대체 한 타석에 보통 투수의 공을 몇 개나 던지게 하는 거야?

장민재 ; 그건 내가 기억하는데, 아마 전성기 때는 4개가 약간 넘어서 4.3개나 되고, 용규 형의 올해 목표도 4개 이상일 걸.

장시환 ; 맞아, 나도 롯데에 있을 때 용규 형을 상대 해 본적이 있는데, 7~8개가 넘어가면 차라리 ‘몸에 맞는 볼’로 내 보내고 싶다니까, 아마 형이 투수의 공에 많이 맞기도 했을걸. 빈볼 말야.

노시환 ; 형! 저~ 할 말이 있는데, 지금 해도 돼요?

이용규 ; 그래 너~ 내 룸메이트니까 지금 불만 있으면 공개적으로 말해.

노시환 ; 저, 다른 방으로 트레이드해주세요.

이용규 ; 뭣! 트레이드!

노시환 ; 조크에요, 농담 히힛!

장시환 ; 시환아! 너 농담이 지나쳤다 방을 옮겨달라는 말도 있는데, 트레이드가 뭐니.

P.S 용규놀이

이용규 선수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1번 타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발도 빠르고 출루율도 높고 중견수 수비도 정상급이기 때문이다. 이용규 선수는 2010년 8월29일 기아 타이거즈 팀 소속일 때 넥센 히어로즈 팀과의 경기 중, 8회 말 공격 때 넥센의 박준수 투수를 상대로 한 타석에서 공을 20개나 던지게 했다. 결국은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지만 박준수 선수는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용규놀이 보다 1개 더 추가한 선수가 있었다.

2017년 4월 2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랜든 벨트 선수가 LA 에인젤스의 하이메 바리아 투수에게 1회 첫 타석에서 21구를 던지게 했다. 브랜드 벨트 선수도 이용규 선수와 마찬가지로 21구째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 기영노의 스포츠 콩트는 100%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픽션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루수 브랜든 벨트(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루수 브랜든 벨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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